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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 Lair

어디를 다녀오면 항상 거주지의 많은 것이 시시해진다. 외식도 사람을 만나는 일도, 심지어 그렇게 즐기던 혼술도 시시한 것이 귀환 일주차를 갓 넘긴 요즘의 내 심정이다. 이것을 잘 가져가면 이곳에서는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다가 일년에 한번, 여유가 되면 두번 정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서 신나게 즐기고 돌아오는 것을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겠다. 와인이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음식도, 친구도, 술도 넘치던 지난 2주간의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일-운동을 오가는 생활을 하니 당장 오른쪽 어깨가 다시 아파온다. 머리도 그렇지만 오랜 시간의 책상생활은 눈과 함께 몸 곳곳의 균형을 망가뜨린 탓에 앞으로 5년 후에는 후반전이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마음 같아서는 3년 이내에 후반전이 시작되었으면 하는데 전적으로 회사의 performance와 그간 열심히 해온 투자의 성과, 그리고 제반환경에 좌우되는 사안이다. 


미국에는 적당히 작은 아파트 하나를 렌트해서 일을 완전히 정리하기 전까지 첫 단계로 사무실을 파킹해놓고 드나들고 한국에 근거지를 마련하는 것이 시작이다. 친구들이 있는 고향이면 좋겠는데 내간 번 돈이고 투자라고는 해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괴로움이 있으니 절충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고향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도 나쁘지는 않은 것이 삼남지방만 아니면 사실 수도권에서 고속버스로 두 시간 정도면 대부분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하고 벌어서 까먹지 않으면서 이 정도 살 수 있으면 일단 성공이 아닌가 싶다. 어차피 은퇴연금도 붓고 있고 큰 부자는 아니라도 55-65세까지만 버티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서. 


아직은 시차가 있어서 잠을 쪼개서 몇 시간씩 자다 깨곤 하는데 새벽 한 시가 되면 무조건 눈이 떠지는 걸 보니 딱 오후에 살짝 낮잠을 잔 후 슬슬 놀러나가던 한국의 저녁시간 무렵이다. 이걸 잘 조정해서 이곳 시간 새벽 세 시 정도에 일어나는 것으로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지만 시도는 해야지. 새벽 세 시 정도에 일어나면 오전의 독서, 간단한 메일확인, 기도, 그리고 새벽 다섯 시에 여는 gym시간에 맞춰 오전에 운동까지 알차게 다 끝내고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을테니까. 책읽는 속도도 흥미도 요즘 구매를 따라오지 못해서 뭔가 이런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5/31부터 오늘까지 읽은 책은 딱 네 권. 속도가 여간 더딘 것이 아닌데다가 depth도 약해서 중구난방으로 읽다가 말다가를 반복하니 머리에 잘 남지도 않는다. 돌아보면 원래 다니던 회사를 나온 2011년부터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졌던 탓에 책도 많이 읽고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도 많이 하게 되었고 이후 약 10년 정도가 독서와 글쓰기의 피크가 아니었나 싶다. 대략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그 사이 정말 많은 책을 구했고 읽었다. 깊이나 이해도는 떨어질지언정 참 열정적으로 읽고 썼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새벽 네 시의 회상. 하루키의 작품을 carry-on가방에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정말 즐겁게 읽던 2012년 언젠가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로 딱히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고 언제가 지금이 과거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만 2012년엔 살아있던 강아지 둘, 가족이 모여있던 집의 즐거움은 앞으로도 종종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직은 친구들이 보고 싶고 쉽게 연락해서 훌쩍 나가서 동네 꼼장어집에서 소주도 한 잔 나누고 싶은 마음에 다 늙은 지금 갑자기 향수병이 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파시즘으로 치닫는 듯한 트럼프 치하의 미국이 싫어서 빛의 혁명으로 굥거니를 몰아낸 한국의 희망찬 지금이 너무 부러운 것이다. 신날 건덕지가 하나도 없이 정치적으로 무척 절망적인 상황이 계속 되는 무지성의 유권자가 다수인 미국은 트럼프를 몰아내기는 커녕 진짜 3선이 가능한 괴랄한 짓에 동조하는 멍청이들이 나올까 두려운 상황이니 다음 3.5년을 생각하면 아무런 희망을 가질 수가 없다. 그에 반해 정치이야기가 신나는 한국에서 같은 성향의 고향친구들에 둘러싸여 한잔 하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니 이건 진짜 어쩔 수가 없다.


2025년의 LA가 1980년의 광주가 되지는 않겠지만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하는 시위와 이를 유발하여 정치적인 쇼를 하려는 트럼프의 꼼수가 맞아떨어져 시위대의 목소리와 목적이 왜곡되어 FOX같은 미국의 조중동을 통해 널리 퍼지고 다시 이를 확대반복하여 자신의 권력과 이권을 위해 이용할 트럼프와 공화당을 보면서 아들 부시의 실정으로 시작된 미국의 쇠퇴가 이어지는 것 같다. 


한국은 이 시기를 잘 거쳐 개혁을 완수하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젊고 활기찬 민주공화정을 꽃피우게 될 것이니 김구선생이 꿈꾸던 문화강국이고 옛 결에 나온 세계의 중심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단 중국이라는 덩치가 이웃에 있어 원교근공의 묘를 잘 살려야 할 것이니 한국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지금처럼 막장으로 가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투표, 그리고 담벼락을 보면서 욕이라도 하는 정도가 고작이겠지만 나같은 사람들의 힘이 모여서 아주 조금은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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