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는 시간이 잘못 나와 있었던 탓에 아벨서점이 열기를 기다리면서 옆 서점을 구경하다가 빈 손으로 나오기 뭐해서 구한 몇 권들 중 하나. 딱 고만고만한 3권의 재미를 주는 한국형 무협지. 책 상태가 확실히 별로여서 나중에 책 내부의 청소가 필요한 수준. 아벨서점만큼 책을 깨끗하게 관리해서 상품으로 내놓는 헌책방은 아직 못 봤다. 이곳은 거의 가져다가 그냥 진열하는 수준인 듯.
그래도 큰 수확을 했으니 이곳에서 중고로 '하얀 로냐프 강' 1부 다섯 권의 전집을 모두 구했고, 그 여세를 몰아 알라딘을 뒤져서 중고와 아직 남은 새 책으로 2부 다섯 권을 구했으니 생각하지 못했던 득템의 행운이라고 하겠다.
e-book으로 구할 수는 있겠으나 아직까지는 종이책이 아니면 내 취향이 아니라서 별 의미가 없다. 한국 판타지 소설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는 이 작품은 그 평가도 상당히 좋은 편이라서 늘 궁금해왔는데 구할 길이 없었다.
요즘 대단한 젊은 SF작가들이 많이 나오지만 판타지는 역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건 어려울 것만 같은 시장의 트렌드라서 외국에서는 계속 새로운 작가들이 다양한 신작을 발표하고 꾸준히 시장에 유입이 되고 있지만 한국의 사정은 좀 아닌 것 같다.
이 즐거움을 천천히 음미할 생각으로 아직 이 시리즈는 시작하지 않고 있다. 가을이 와서 또 한 해를 잘 살아냈구나 하는 듯한 마음의 4-4분기가 시작될 무렵 천천히 보려고 한다.
허영만의 만화치고는 그다지 재미가 없다. 이쪽 계열을 잡술들 중에서도 특히 관상학은 중국하고도 아주 먼 고대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으니 시대에 많이 뒤쳐진 느낌이다. 다 맞지도 않을 뿐더라 맞을 수도 없으니 이런 저런 이론을 풀어냄에 있어 중언부언이 많다. 잡술은 소싯적엔 꽤 흥미를 갖고 있던 분야지만 이제 반백이 되어가는 지금에 와서 보니 덕을 쌓고 꾸준히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이란 생각을 하여 이런 분야엔 큰 관심이 없다. 원래 허영만이란 만화가는 김세영이란 걸출한 시나리오작가가 함께 했을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으로 기억하니 어쩌면 김세영작가가 함께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헌책방에서 가져와서 단박에 읽어버릴 줄 알았으나 이런 탓으로 심지어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진도가 아주 느리다.
약 일주일 후로 한국은 큰 선택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방심하지 말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그 시작을 위해 꼭 내란잔당들을 몰아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