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있다.
내게는 조르주 페렉이 그렇다.
내가 천재가 아니니 천재를 알아볼 길은 없다.
뭐가 천재인 지도 잘 모른다.
생각해 보면, 그런 게 '천재' 같다.
잘은 모르겠는데 그냥, 천재 같은 느낌을 주는...
옛 저택에서는 계단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없었다.
오늘날의 건물들에서는 그보다 더 더럽고, 더 춥고,
더 적대적이고, 더 인색한 것이 없다.
우리는 계단에서 더 많이 생활하는 법을 배웠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문장을 보면 감응된다.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무지 좋다.
책장을 넘기지 않고 글자를 노려보고 있게 된다.
거꾸로 읽어도 보고, 다시 돌아가 읽어도 보고,
매직아이 그림 보듯 책장을 뚫고 그 너머도 보게 된다.
천재가 쓴 글인데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좋다.
대개, 천재들은 너무 난해하게 쓰는데.
페렉의 글도 난해하다.
이 말을 왜 하는지 모르겠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 짜증이 안 난다.
먼저, 우리는 우편배달부와 함께 학교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앞도 뒤도 없이 이 맥락없는 문장이 이상하게 좋다.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다.
우편배달부와 함께 학교에 가기.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을 거침없이, 뜬금없이 떠드는데
이상한 사람이란 생각이 별로 안 든다.
조르주 페렉과 같이 이상해지고 싶다, 차라리.
그럼 뭔가 굉장히 쓸데없는데, 사실은 굉장히 의미가 있고,
알고 보면 굉장히 괜찮은 걸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의 천재에게 기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