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6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다락방님의 책을 다시 읽기 (사실은 듣기) 시작했다. 오늘 이 부분을 읽다가 퍼뜩 떠올랐는데, 나에게도 르귄의 소설을 권하던 남자가 있었다. <어둠의 왼손>을 권하고 싶어했지만 시작은 단편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다며 자기가 두 권 갖고 있다는 <바람의 열두 방향>을 주었다. (내가 갖고있는 <바람의 열두 방향>이 그가 준 것이라는 것도 잊고있었다) 읽어봤냐고, 몇 번 물었는데 그때 나는 책을 잘 안 읽을 때였고 SF는 더더욱 안 읽혀서 조금 읽다가 말아버렸었다. 그때 그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내가 그 책을 안 읽은 건 그에게 관심이 없어서라고 생각했을까? 십년도 더 지난 아니 이십년이 다 되어가는 일인데, 나도 완전히 잊고 있었고 그도 잊은 일일텐데 이제야 갑자기 기억나서 기분이 묘해졌다.

그런데 단편으로 시작하는게 좋을 거란 그의 생각은 사실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 단편은 압축적이어서 장편보다 더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지지 않나? 사실 지금은 르귄을 좋아하는데도 <바람의 열두 방향>은 아직도 별로 읽지 못했다. 생각난 김에 다시 시도해봐야지.

그는 조셀린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도 읽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녀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에 관심을 가질 거라 기대했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인 르 귄의 소설을 두 권이나 선물하기까지 했다. 읽을 수 있는 조건은 그녀가 더 좋았단 말이다! 그러나 그가 읽었냐고, 어땠냐고 물을 때마다 그녀는 "아니, 아직"이라고 답한다. 르 귄의 소설이 좋은데 그녀가 왜 안 읽는지 불안한 마음에 그는 속이 탄다. 그녀가 르 귄의 소설을 읽지 않는 건 그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을 뜻하기에 그는 속상해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1-12-08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딱 수하님 이야기네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상대도 읽어보고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 정말 이해됩니다. 즤 남편은 책을 별로 안 읽어서..흑흑. <바람의 열두 방향> 저 옛날옛적에 사놨는데 읽지도 못하고 처분도 못하고 계속 갖고만 있네요^^;;

건수하 2021-12-09 08:38   좋아요 0 | URL
즤 남편은 책을 읽긴 읽는데 저랑 취향이 안 맞고요...
저 남자가 제가 만났던 남자 중 책 가장 많이 읽는 남자였던거 같은데
그거 말고 다른 모든게 다 안 맞았...
(심지어 그때는 제가 책 안 읽던 때라 그것도 안 맞고.. 대체 왜 만났지)

<바람의 열두 방향> 저만 안 읽히는 거 아닌가봐요. 어제 ‘산책‘ 카테고리를 만들었는데 ‘안읽은책‘ 카테고리도 하나 만들어볼까요 ㅋㅋㅋ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 잘 팔리는 책들의 비밀
한승혜 지음 / 바틀비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에 책빙고를 하다가 '베스트셀러' 칸이 있었는데,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인지 확인하려면 어디서 봐야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베스트셀러라고 쓰여있는 책은 있지만 그걸 어느 기관에서 딱 발표하는 건 아니니까, 막상 어디서 찾아봐야 할 지 잘 모르겠더란... 그래서 난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보긴 했지만,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베스트셀러 순위라는 것의 실체는 뭔가, 또 책 좀 읽는 사람들이 좀 무시하는 베스트셀러라는 건 어떤걸까 하고 막연히 궁금했었다.


지인의 지인이 쓴 이 책이 반가워 나오자마자 사두고 여름에 읽고, 얼마 전 다시 읽었다. 


이 책은 소위 '베스트셀러' 라는 책 28권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읽고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런 점은 좋다, 그런데 이런 점은 별로다 라고 솔직하게 쓴 책이다. 부제는 '잘 팔리는 책들의 비밀'.

책이라고도 할 수 없는 형편없는 책이라는 세간의 혹독한 평가에 어느 정도 동의가 되는 한편 부족한 것 많아 보이는 이 책에 나름의 점수를 주고 싶은 양가적인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저자 식으로 말하자면 “욕하고 싶지만 칭찬도 하고 싶어”랄까.


이 문장은 저자가 어떤 책에 대해 쓴 글에서 가져온 문장인데, 이 책 전반에 나타나는 저자의 태도가 딱 이런 거 같다. 어떤 책에서 좀 별로다 싶은 부분은 별로라고 하고, 또 좋은 부분은 좋다고 하고. 그런데 왜 별로인지 왜 좋은지가 참 구체적으로, 그리고 공감할 수 있게 쓰여져 있다. 이 저자의 글은 그동안 페이스북에서 좀 읽었고 이 책을 읽었는데 행간이 별로 비어있지 않고 참 촘촘하다. 가끔은 과하게 친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도 독자로서 저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 수 있고 의도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28권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미움받을 용기』

『신경 끄기의 기술』

『자존감 수업』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언어의 온도』

『모든 순간이 너였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미 비포 유』

『오베라는 남자』

『봉제인형 살인사건』

『아몬드』

『82년생 김지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1Q84』

『고양이』

『아가씨와 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직지』

『사피엔스』

『팩트풀니스』

『라틴어 수업』

『공부머리 독서법』

『반일 종족주의』


이 28권 중 딱 네 권을 읽었고 읽다가 만 책이 한 권 있다. 사 두고 안 읽은 책이 세 권 있고. 사 두고 안 읽은 책은 이 책을 읽고나니 안 읽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분하려고 했으나, 아직 처분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스스로 읽고 확인하고 싶은 것 같다. 


저자는 자신이 베스트셀러를 즐겨 읽던 시절을 생각하며, 베스트셀러를 읽는 사람은 '독서 초보' 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베스트셀러를 즐겨 읽던 시절 역시 나름 즐겁게 잘 지냈다. 다만, 알면 알수록 선택지가 확장되고, 거기에서 얻는 즐거움이 더욱 늘어나는 것 또한 분명하다. 따라서 일단 책을 읽기로 결심하고 책의 세계를 찾아온 ‘독서 초보’들이 책의 세계가 무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안에서 좀 더 섬세한 만족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그 책의 어떤 점이 아쉬운지, 또 좋은 점이 무엇인지를 써 보았고 독자들이 더 넓은 책의 세계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막 진지하지만은 않고 농담도 자주 하고 본인의 경험담도 나오는데, 저자가 아이 둘을 둔 '엄마' 였고 페미니즘적인 시각도 자주 보여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사피엔스>에 대한 글의 한 부분이었다.


유발 하라리는 그것 (예전에 종교가 하던 역할, 공공선에 대한 관념을 학습하고 타인에 대한 사랑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그저 ‘상상력’이라고만 말했지만 나는 그 상상력이 문학을 의미한다고 본다. 여기에서의 문학은 소설뿐 아니라 연극, 영화, 만화 등 ‘서사’를 가진 모든 것을 의미한다. 종교가 당위적 측면을 강조했다면 문학은 타인에게도 나와 비슷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복잡한 결에 의해 움직이는지를 인류에게 학습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 우리는 문학을 통해서 비로소 세상의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고, 동물의 한 종류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공격성을 억누를 수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성’을 유지하고, 그리하여 더 나은 세상으로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 이것이 『사피엔스』를 읽으며 내가 생각한, 우리가 이제껏 소설을 읽어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나는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 에서 '왜 대부분의 인류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를 잡게 되었는가' 에 대해서 


가부장제는 너무나 보편적이기 때문에, 우연한 사건에 의해 촉발된 모종의 악순환의 결과일 수가 없다. 거의 모든 문화가 여성성보다 남성성을 가치있게 여기는 데는 모종의 보편적인 생물학적 이유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라고 말했을 때 빡치는데 바빠 이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사람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게 다르고, 또 그 중 그 생각을 잘 써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읽을 수 있으니 참 고맙고 반갑다. 


이 책에 이어 한승혜님의 <다정한 무관심>을 출퇴근길 듣고 있는데.. 음 사실 운전하며 듣기는 조금 지루하다 (살짝 졸리다). 그래도 조금 더 들어보려고 한다. '상식적'이고 친절한 저자가 마음에 들어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12-08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섯권 읽었어요~!!
죽지만 떡볶이, 82년생 김지영, 나미야, 1Q84, 아가씨와 밤

전 다 좋았는데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나보군요~!!

건수하 2021-12-08 21:34   좋아요 1 | URL
저랑 한 권 겹치네요 ㅎㅎ 뭐 저자 생각에 아쉬운 점이지만- 읽다보면 저자의 논리에 설득당하게 되더라구요 ^^ 사실 제가 안 읽어본 책도 많아서 그건 저자 이야기만 들어본 거지만요 :)

독서괭 2021-12-08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4.5권 읽었고 사놓고 못읽은 책 2권 있네요 ㅎㅎ <사피엔스>에 저런 내용(가부장제)이 있었던가요?? 그 시절 제가 아직 페미니즘에 눈을 못 떠서 별 생각없이 넘어갔나 봅니다ㅠㅠ 사피엔스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참 좋군요.
이 책 예전에 김하나작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코너 ‘삼천포책방‘에서 소개됐던 것 같아요. 재미있을 듯!

건수하 2021-12-09 08:51   좋아요 0 | URL
제가 저 부분에 매우 흥분하여 저런 생각이 유발 하라리의 성적 취향과 관계가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더랬어요...
그래서 그 뒤에 편견없이 읽지 못한거 같은 ㅎㅎ

뒷부분 다시 읽어볼까 싶기도 하지만 이미 책은 처분해버렸네요 =ㅁ=
 

요즘은 출퇴근 시간 외에는 통 책 읽을 시간도 없고 사두고 안 읽은 책도 너무너무(!!) 많아서 한동안 자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점들이 주는 쿠폰은 쌓여가고… 알라딘 서재를 구경하다보니 사고싶은 책도 너무 많고 나도 막 더 사도 될 것 같고.. 해서 참다가 참다가 아침부터 질렀다.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좋아하진 않지만, 또 전자책으로 사두면 있는지도 까먹고 더 안 읽게 되기도 하지만, 전자책을 사야만 할 때가 있다.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책도 있지만, 갖고 다니다보면 책이 상하기도 하고, 종이책을 많이 가져가기엔 짐이 너무 무겁다.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알라디너 다락방님 책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1월호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게 잠을 잔다
일기 
다정소감
마침내 런던 











<마침내 런던>은 <채링크로스 84번지>에 이어지는 이야기다. 이런 건 종이 책으로 사야하는데... 

기대되는 한편 금방 읽어버리면 아까울 거 같아서 못 열어보고 있다. 









<마침내 런던>의 역자 심혜경님 인스타를 얼마 전부터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이런 책도 내셨더라. 

카페든 어디든, 공부하는 할머니는 (할아버지도) 멋지지.. 이 책도 궁금하다! (아직 사진 않았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1-12-08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종이책 선호하지만 전자책도 잇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익숙하지 않을 뿐이죠. 계속 가까이하다 보면 괜찮을 것 같아요 더 친하게.
요즘은 음성도서도 애용하던데 집중력을 상당히 요하는 거라 듣다가 딴 데로 빠지기 쉽지요.
수하 님 전자책 읽기 응원합니다!

건수하 2021-12-08 13:50   좋아요 1 | URL
저는 많이 익숙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종이책 넘기는 맛이 좋아요. 전자책은 한 페이지 넘기는데 시간이 미묘하게 걸리고, 앞뒤 넘기며 보기도 불편하구요.. :)

그래도 멀리 갈 때는 전자책이 고맙더라구요 ㅎㅎ

프레이야 2021-12-08 14:16   좋아요 1 | URL
급 수하님 고양이 기욤요 ㅎㅎ
저도 종이책의 질감 때문에라도 종이책이 훨훨 좋아요.

건수하 2021-12-08 15:43   좋아요 0 | URL
제가 마음으로 낳은 저희 첫째입니다 ㅎㅎ 16살 영감님이세요.

프레이야님 책은 좀더 여유있는 때를 위해 남겨두고 있습니다.. 연말엔 꼭 읽을거예요 ^^

잠자냥 2021-12-08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도 막 더 사도 될 것 같고˝ 이것이 알라딘 서재의 매력입니다. ㅋㅋㅋ 맨 마지막에 구매하신 책 보고 알았어요. 아니, 다부장님 책 전자책도 있군요?!

건수하 2021-12-08 13:52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매일매일 산 책 인증이 올라오니 ㅋㅋㅋ

요즘 알라딘 보관함에 ‘전자책이 출간된 종이책‘ 이란 옵션이 있어서 보니깐 전자책이 있더라구요 ㅎㅎ 그런데 저 책 말고 다른 저서 한 권은 종이책만 있구요 ^^

독서괭 2021-12-08 23:47   좋아요 1 | URL
˝나도 막 더 사도 될 것 같고˝ 이거 진짜.. 알라딘서재/북플의 함정 ㅠㅠ

다락방 2021-12-08 1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구매하신 전자책들의 목록이 너무나 뛰어나네요.

그럼 이만.

건수하 2021-12-08 11:18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저 잘해쪄요? ㅎㅎㅎ

다락방 2021-12-08 11:22   좋아요 3 | URL
세상 최고입니다! (쓰다듬 쓰다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1-12-08 13:52   좋아요 0 | URL
부끄부끄... //ㅁ//

프레이야 2021-12-08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6살 영감님이시군요. 어쩐지 포스가 엿보이는 프로필이.ㅎㅎ 근데 냥옹 16살이면 사람으로는 몇 살에 해당되나요? 궁금.^^

건수하 2021-12-08 16:14   좋아요 1 | URL
계산법이 딱 정해져 있는건 아니지만 대략 70대 이상이랍니다 ^^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임에서 함께 읽는 책. 끝까지 다 읽지 말고 남겨뒀어야 했지만, 나도 모르게 다 읽어버렸다. 옮긴이의 말은 좀 아쉬웠다. 이걸 유대인의 홀로코스트 얘기라고,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하기에는 이 책에 다른 이야기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사랑과 고독,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말이다.

다시 읽고 싶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12-04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너무 좋아하고 최애책인데 수하님 리뷰보니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건수하 2021-12-07 14:30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이 책 좋아하시는군요! 대체로 저는 좀더 드라이한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소설은 참 좋았습니다 :)

독서괭 2021-12-08 2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해요! 예전에 어떤 분 서재에서 댓글로 이 책 좋았던 사람과 별로였던 사람이 비등비등하게 나뉘었던 것 같은데 ㅋㅋ 수하님은 좋았던 사람 쪽으로!(하이파이브)

건수하 2021-12-09 06:03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도 좋아하셨군요~~ 하이파이브!! (짝)
 









앞서 자본주의 체제하의 제1세계와 제3세계 모두에서 여성이 성차별주의와 남성 지배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그 노동이 은폐되고, 여성에 대한 노동과 자본의 요구 과정에서 수단으로서 폭력이 사용됨을 알아보았다. 6장에서는, 봉건주의 혹은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을 이끌어낸 제2세계, 즉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여성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제3세계 여성에게 여성해방의 이슈는 식민지와 신식민지 종속에서 벗어나는 민족해방의 문제와 사회주의 사회를 세우는 관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왔고, 서구 페미니스트들 역시 반제국주의 민족해방투쟁을 하는 제3세계 국가의 여성운동에서 진짜 페미니스트적인 돌파구가 나올 것을 기대했다. 민족해방투쟁 이후 여성이 이전보다 정치 권력에 좀더 접근하게 되었는가, 착취적이고 억압적인 성별노동분업이 폐지되었는가? 묻는다면,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사회주의 국가의 여성 역시 가부장적인 남녀관계에서 해방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민족해방투쟁과 전쟁의 기간 동안 혁명의 포스터는 아기를 업고 한 손에 총을 든 여성의 모습 등 민족해방과 여성해방의 결합을 선전했다. 그러나 민족해방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혁명의 포스터는 건국의 아버지 (맑스, 엥겔스, 레닌, 마오, 호치민, 카스트로, 무가베 등) 이미지로 대치되었다.

여성해방과 민족해방투쟁, 그리고 이어지는 사회주의적 생산관계 건설이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전제의 이론적 기초는 맑스, 그리고 좀더 특별하게는 엥겔스가 놓았다.



엥겔스는

여성이 가부장적 구속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노동'에 '재진입'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371쪽



엥겔스는 여성이 임금노동에 참여하는 것과 여성의 경제적, 그리고 인간적이고 정치적인 지위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맑스와 엥겔스는 '자유' 임금노동자를 역사의 주체로 보았듯, 여성이 임금노동 부대로 들어감으로서만 역사적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일반이론의 주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여성문제는 사회문제의 일부로, 자본주의 전복 과정에서 해결될 것이다.

2. 모두가 재산이 없는 임금노동자가 되면 남녀차이도 사라지므로 여성 억압의 물질적 기초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노동계급 내에서 여성운동은 필요하지 않으며, 노동계급 여성은 계급의 적에 맞서는 모든 투쟁에 같은 계급의 남성 동지와 힘을 합쳐 참여해야 한다. 이로써 여성 해방의 전제조건을 창출할 수 있다.

3. 여성으로서 특별히 당하는 억압에 대한 투쟁은 이데올로기적 차원에서 (합법적 행동, 교육, 선전, 경고, 설득 등 -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일어나야 한다.

4. 여성문제와 관련된 투쟁은 부차적이다. 계급투쟁이 우선이다. 그러므로 여성은 분리된 자율적인 조직을 구성해서는 안된다.

5. 기초적 생산관계가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여성이 사회적 생산 혹은 임금노동에 진출한 이후, 개인적 가사노동과 육아의 집단화가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여성은 임금노동 뿐 아니라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6. 남녀 사이의 진정한 평등 혹은 민주주의를 이루려는 노력은 남녀관계 차원에서 혹은 가족 차원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실제 해방전쟁에 많이 참여했던 여성이 가부장적 관계에서도 해방을 성취할 수 있었는가?


크롤은 혁명 투쟁 이후 생산관계의 변혁을 겪은 국가 소련, 중국, 쿠바, 탄자니아에서 농촌 여성의 '생산과 재생산' 경험을 연구했다.

네 국가 모두에서 여성이 '사회적 생산에 진입' 하도록 동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여성에 대한 일반적인 맑스 이론에 따르면 여성은 가정주부로 간주되었으며, 따라서 사적인 생산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 국가의 상황은 약간 달랐다. 러시아와 탄자니아에서는 여성이 언제나 농업 생산에 대규모로 참여해왔고, 중국의 경우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 참여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쿠바에서는 1970년대에만 여성이 대거 농업 임금노동자로 동원되었다.



소련

여성이 자급적 생산 (개별 농민농장과 텃밭)의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국영 집단 농장에서 41%의 노동력을 이루고 있으며, 가사노동도 책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련 남성은 가사노동을 분담하지 않으며 탁아소, 유치원 등의 가사노동의 사회화 형태도 제대로 발전하지 않았다. 노동 부담이 크고 가정 내에서의 성별노동분업이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련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는 일반적으로 낮으며 특히 농촌에서는 더욱 낮다. 비농업부문의 일자리는 주로 남성에게 돌아갔다. 여성은 일종의 '출산파업'으로 대응했다. 국가는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여성이 출산을 하기를 장려하며 재정적 지원을 하였으나, 여성은 이중적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중국

마오쩌뚱은 급속한 공업화보다 농촌의 발전을 우선시하였고 남성의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권력을 혁명을 통해 척결해야 할 4대 권력의 하나로 보았다. 초기에는 토지를 실제 토지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분배하고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었던 밭농사를 이 시기에는 주로 여성이 장악했다), 그리고 이혼하기 쉽도록 한 결혼법이 생기면서 이혼 사례가 늘어났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며 급진적이었던 개혁은 좀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족개혁으로 바뀌었다.

여성은 사회적 생산에 복무하도록 장려를 받았으나, 육아를 비롯한 가사서비스가 집단화되지 못하였다. 1958년 대약진운동과 코뮌의 설립으로 가사 서비스가 사회화되어 보육원, 유치원, 공동식당, 방앗간 등이 세워졌으나 이런 가사 서비스의 집단화는 여전히 이전과 같은 성별노동분업을 따랐다. 남성은 자본집중도가 높은 산업 부분으로, 여성은 교육, 건강, 기초소비재를 생산하는 소규모의 산업(기술발전 수준과 임금이 낮다)에 배치되었다. 가사노동의 집단화 노력은 높은 비용을 이유로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문을 닫았다. 문화혁명 동안 봉건적인 남성의 태도가 비판을 받았고, 가사노동을 부담하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어디까지나 이데올로기적, 의식적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1979년 이래 신인구정책 (한 자녀 가정 캠페인)을 추진하면서 여성의 임신능력을 규제하고 통제하였다. 한 자녀 가정에 사유지를 더 주는 등 특혜를 주는 한편, 다자녀 가정에는 '초과 자녀세'를 부과하는 등 불이익을 주었다. 농촌에서 한 자녀 가족은 더 많아진 사유지의 노동을 더 적은 노동력을 감당하기 위하여 더 많이, 오래 노동해야만 했으나 성별노동분업에 변화가 없었기에 여성이 사유지에서 일하는 시간을 늘림으로써만 이 모순을 해결할 수 있었다. 농촌 여성은 전통적인 부계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들을 선호했기에 여아살해, 태아 감별, 낙태, 불임시술 등의 결과가 나타났다.

중국의 여성연합은 남성지도자가 기획한 당 정책을 수행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여성을 가정주부나 번식자로 규정하여 여성이 무임금의 가족노동 혹은 저임금의 생산 노동을 통해 근대화과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제3세계 국가에서와 유사했다.



베트남

맑스주의 지도자들은 반식민지와 계급투쟁에서 처음부터 여성을 동원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필요함을 알았다. 평등에 대한 페미니스트의 생각을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라고 폄하하는 전략을 통해 여성의 투쟁을 민족해방과업에 복속시켰다. 베트남의 여성농민 대중은 가정 혹은 가사노동에 고립되어 있지 않았으며 논밭에서 일을 하고 장사를 했으나, 베트남 공산당은 여성이 공적인 사회적 생산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맑스-레닌주의적 서술을 통해 여성을 동원했다. 프랑스와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여성은 농업, 공업, 행정, 교육 보건 활동, 게릴라 전투원 등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했던 역할은 대부분의 남성이 전쟁을 하는 동안 경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방전쟁이 끝난 이후 여성이 갖고있던 지도적 지위는 대부분 남성이 차지했다. 여성의 기여가 정치조직에서의 참여에 반영되지 않는 것을 두고 대개 '봉건적 잔재'라 비판하나 이것은 이데올로기적이 아닌 구조적 문제이며 소련과 중국의 사례와 유사한 양상을 띠었다.

중국-소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제재건은 이중경제모델 (근대적이고 국영화된 공업, 집단농업 - 남성 영역 과 비공식적이고 보조적인 사유지, 수공업 등 - 여성 영역)으로 이루어졌다.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가족사유지체계를 강화하고 가족 단위로 협동조합의 일을 하청했다. 이 제도는 생산을 크게 향상시켰으나, 여성 농부의 '여가시간'이 생산적으로 이용되었으며, 이는 사회화된 근대 부문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윤이 높은 수공예품 생산 역시 주로 여성의 몫이었다. 가사노동, 가족의 생계유지, 국가를 위한 노동 모두가 여성의 노동이 되었다.




결국 세 사회주의 국가에서 여성의 상황은 유사했다. 해방투쟁과 이후 여성 지위에 변화가 있었지만, 국가가 채택한 경제정책이 다시 여성을 가족 그리고 무임노동과 연결시키며 성별노동분업에 있어서는 시장경제의 제1세계, 제3세계 국가와 유사한 문제를 가지게 되었다.

민족해방투쟁 동안 여성은 필요한 존재였다. 민족의 미래를 상징하는 존재로서, 경제를 유지하는 존재로서 여성은 해방전쟁에 기여했다. 투쟁에 참여하는 동안에는 성별노동분업에 변화가 있었고, 여성의 조직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구질서는 곧 회복되었다. 경제의 재조직화 과정에서 이중경제모델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남성프롤레타리아는 여성보다 더 잘 조직되어 있기 때문에 여성, 특히 가정주부 여성이 자본주의뿐 아니라 사회주의 발전에서도 최상의 노동력이었다. 산업화된 국가들로부터 들여온 공업화된 사회의 성장모델은 자본의 축적을 전제하고 있었으며, 자본의 축적을 위해 착취당한 계층과 그룹은 여성과 농민이다.

제3세계의 맑스-레닌주의자들이 자기 국가의 역사적 현실과는 동떨어진 (19세기 유럽 사회의 현실을석한) 이론을 비판적으로 적용하였고, 그 이론에는 여성문제와 식민지 문제가 배제되어 있다. 새로 해방된 국가의 정부가 똑같은 발전과 진보 모델을 적용하였고, 이는 같은 딜레마를 낳았다. 그들은 계급 갈등을 해결하고자 했으나, 인민 내에도 계층이 생겼고 특히 여성의 노동부담이 가중됨과 동시에 여성을 집단의 중심이 아닌 주변에 머무르게 하였다. 또한 여성은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되었다. 여성은 사회주의적 축적 과정에서도 '마지막 식민지'로 남았다. 이는 새로운 이론, 새로운 경제모델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제 7장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 같다.

기대된다 7장.. (두근두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2021-12-02 1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리아 미즈 선생님은 대안 제시해버리는 꽉 닫힌 결말의 믿고 읽는 페미니스트!

건수하 2021-12-02 16:47   좋아요 1 | URL
대안의 7장 봤는데요...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머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