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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 멸종, 공존 그리고 자연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임정은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8월
평점 :
《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 - 멸종, 공존 그리고 자연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_임정은 / 다산초당(2025)
19세기까지 미국의 세렝게티라 불리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불곰과 늑대를 비롯해 다양한 대형동물들이 자유롭게 서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본격적인 목축이 시작되면서 인간은 가축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냥했고, 결국 수많은 대형동물이 사라지거나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회색늑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먹이사슬의 계통이 무너지자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나무들이 처참하게 망가졌다. 초식동물들이 공원을 장악한 탓이다. 절망적인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고작 14마리의 늑대였다. 늑대를 들여오자 엘크 등 대형 초식동물들이 한가로이 나무를 뜯어먹지 못하게 되자 나무가 다시 풍성하게 자라기 시작했다. 나무의 뿌리가 튼튼해지면서 토양 침식도 줄어들고 개울이 복구되었다. 고향을 떠났던 어류와 조류, 파충류가 습지로 돌아왔다. 늑대들 때문에 생태계 전체가 건강하게 회복된 것이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저지른 과오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인간들만 잘 먹고 잘 살라고 만들어진 환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 인류보다 앞서 살다간 이들은 물론 현 인류까지도 동물을 포함한 생물들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했다.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수가 평균 73% 감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하더라도 해가 갈수록 ‘멸종위기 야생생물 지정 종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통계를 보면 1989년에 92종이었던 것이 2022년엔 282종이나 된다. 멸종위기종의 보전과 복원은 동물과 인간과의 공존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공존은 복원의 다음 단계이자 또 다른 핵심과제라고 한다. 복원이 성공해 개체수가 늘고 유전적 다양성이 안정적으로 확보된다 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는다는 뜻이다. 인간이 야생생물과 공존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각자의 삶이 서로 존중받아야 되듯, 야생동물 역시 생태계의 고유한 존재로서 그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
이 책의 지은이 임정은 작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현장에서 활동하는 호랑이 연구자이다. 국내 야생동물 보전 사업에 관한 평가 기준을 가장 먼저 적용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보전생물학’이 어떤 분야인지 ‘보전생물학자’ 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알게 되었다. “보전생물학은 단순히 동물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이 땅에서 동식물과 그 서식지를 함께 지키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진 실천적 학문입니다.” 따라서 보전생물학은 생태학은 물론이고 사회학, 인류학, 통계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과 연계되어있다고 한다. 책 제목에 호랑이가 등장해서 처음부터 지은이가 호랑이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짐작했더니, 지은이가 보전생물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아무르표범이었다고 한다. 카이스트에 입학해서 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생명과학이었지만, 21살 때 잠시 휴학 중 침울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들이 삼아 간 대전오월드에서 만난 표범 한 마리가 지은이의 학문노선을 바꾸게했다. 아무르표범에 관한 정보를 찾아 모으기 시작하면서, 아무르 표범이 사라진 한반도의 현실에 우리 중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누군가가 곧 자신이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그 후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지은이의 20년간의 기록이다. 보전생물학자로서 인도네시아, 벨리즈, 중국, 라오스, 한국의 DMZ 까지의 여정이 사진과 함께 잘 정리되어있다. 단순히 동물을 연구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과 동물이 갈등 없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고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지은이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보전생물학자로서 보전 활동은 당장의 성과나 큰 이익 또는 명성을 얻기는커녕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 영영 성공 못할 수도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지은이를 포함해서 이 일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아마도 다음 세대가 차분히 따라올 수 있게 발자국을 내는 마음으로 일에 매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 제목처럼 호랑이가 동물원이 아닌 원래 있던 자리인 자연의 숲에서 살아간다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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