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 <블루홀식스>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거짓말의 혼란 속에서 밝혀진 진실 하나]
'남편이 아내와 아들을 죽이려고 한다'는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모토무라 미즈카의 수기. 성공한 젊은 기업가 모토무라 히로키와 그녀의 사이가 멀어진 것은 미즈카의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였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전조는 있었다고 그녀는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친정 어머니의 사망 이후 재산 상속을 둘러싼 남편과의 갈등은, 사랑하는 딸 유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최고조에 달합니다. 그리고 미즈카가 주장하는 히로키의 외도와 자신을 향한 남편의 살해 계획. 미즈카가 이 수기를 어느 잡지사 편집장에게 전달하고 몇 시간 뒤, 그녀는 가족 소유 별장에서 아들 도모키와 함께 사망한 채 발견됩니다.
아내와 아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지만 결백을 주장하는 남자, 모토무라 히로키. 남겨진 미즈카의 수기와 히로키의 결백 주장을 두고, 과연 누구의 말이 사실인가를 밝히기 위해 사건 관게자 여덟 명의 증언이 펼쳐집니다. 그야말로 거짓말 vs 거짓말 vs 거짓말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정신없이 찾게 돼요. 읽다보면 이 사람 말도 진실 같고, 저 사람 말도 진실 같아서 다급한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중간 과정을 뛰어넘어 얼른 결말이 보고 싶어 안달난 작품은 오랜만이었습니다.
증언들이 이어질수록 경악할만한 사실들이 속속 밝혀집니다. 화목한 줄 알았던 모토무라 집안의 갈등, 미즈카라는 여성의 본성, 그리고 유카의 사망과 관련된 경악할만한 진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도모키가 할머니에게 보낸 메일'이라는 장치로 독자의 눈을 다른 곳으로 유도합니다. 저도 한동안은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었는데요, 결말까지 보고 나니 그것이 정말 진실인조차도 의심스러웠습니다. 심지어 이 작품에서 가장 큰 희생자는 도모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자신의 마지막을 받아들인 아이. 그 아이가 정말 어떤 인물이었든, 미즈카, 왜 가족과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없었던 거니! 화가 납니다.
어떤 단어가 단서가 될 지 몰라 문장 하나하나 쓰는 것이 어렵지만, 확실히 재미는 보장합니다. 손에서 뗄 수 없을 정도였어요. 재미와 함께, 과연 이 사건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범인은 이런 사건을 일으킬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그 자신의 마지막을 보면 어리석은 선택이었다고, 정말 '패자'일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고 탄식할만한 결말이었습니다.
은퇴 후 고령의 나이에 집필을 시작한 작가 미키 아키코. 그녀의 작품은 현재 [패자의 고백]을 비롯하여 [기만의 살의]와 [귀축의 집]까지 세 권 출간되어 있는데요, <옮긴이의 말>에 언급된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부디 만수무강 하면서 흥미로운 작품들 많이 써주시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