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올해의 마지막 미나리를 데쳤다
억센 뿌리가 찡긋, 웃는다
밤새 왼쪽 눈이 퉁퉁 부었다
왜 오른쪽 눈은 멀쩡한지 궁금하다
알레르기 안약을 두 눈에 한 방울씩 공평하게
인생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하루에 한 번씩 까먹는다
못난이 참외가 배송 중이다
얼마나 못생긴 참외가 올지 기대한다
소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시오
분노의 상품평은 읽지 않은 것으로 한다
잘생긴 참외의 삶도 그 끝은 식탁이다
반팔 티셔츠를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꺼낸다
남색 줄무늬 티셔츠 하나면 충분하다
아프리카의 해변, 인도의 뒷골목, 인도네시아의 강어귀
미어터지게 누군가 버린 옷들은
긴 여행 끝에도 죽지 않는다
앞동 아파트의 커다란 개가 짖는다
세인트버나드가 무서워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조그만 강아지이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불안이
6월의 아침을 까칠하게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