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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보이는 창가

 

산책(散策)


저 나무는 왜 매실이 열리지 않는가
잠깐 생각하다가
저 나무는 벚나무였다
벚나무에는 버찌가 열리지
매실은 매화나무에
그렇게 살아가도록 되어있는 것

오른발이 2년 동안 아프더니
이제는 왼발이 아프다
고통의 총량은 일정하게 보존된다
나는 그 정밀한 법칙에 경탄한다
왼발을 천천히 끌면서
존재하지 않는 예외를 소망하며

쓸데없이 큰 정원을 가진 정원사
가지치기는 엉성하고
꽃들은 모두 제멋대로
그래도 샛노란 나리꽃은 눈물이 났다

시가 너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믿음의 법칙에는 배신의 상수(常數)가 
그래도 누군가는 오늘
너의 산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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