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 가면 20년 후의 미래가, 서쪽으로 가면 20년 전의 과거가 공존하는 계곡이 있는 마을. 그러면 동쪽 계곡을 넘으면 그곳은 동쪽의 서쪽일테니 중간에 있는 마을의 서쪽이 되고, 서쪽 계곡을 넘으면 중간 마을의 동쪽이 되는 건가. 공간 개념에 한없이 약한 나는 철책과 장소를 설명할 때 조금 헤맸다. 재밌고 특이한 설정이라 생각했다. 시간의 계곡은 결코 넘어서는 안 되지만 특별한 경우에만 넘을 수 있고 '개입'을 막기 위해 철저히 관리됐다.
책 광고 문구 중에 '충분히 애도한 사람만이 안다. 과거를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현재라는 것을.' 이란 게 있었다. 하지만 오딜이 충분히 애도한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오딜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다. 오딜은 자기 자신을 제일 사랑한 사람이었다.
정말로 과거든 미래든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이 책에서는 '애도'하는 사람만이 시간의 경계를 넘을 수 있다. 하지만 애도하는 모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엄선된 사람들이 짧은 시간 그리워하던 대상을 보고 오는 일이 정말로 남은 이에게 도움이 될까. 그 시간대에 '개입'해선 안 되기에 철저히 얼굴을 가리고 멀리서 바라만 보는 일이 도움이 될까. 만약 그 대상을 구할 수 있다면 개입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어쩌면 오딜은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했기에 그런 결과를 가져온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결말이었다면 더 여운이 남았을까.
덧붙여 오딜을 어떻게 해보려 했던 헌병들 다 벌 받았으면. 개인적인 감정을 공적으로 바꾸어 그녀를 이용하거나 괴롭혔던 놈들 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