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스테판 브라이트비저가 이 작품들을 어떻게 훔쳤을까란 생각을 했다. 얼마나 간이 컸으면 전시되어 있는 조각상을,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진열된 유물들을 그렇게 태연하게 가져갈 수 있었을까. 손바닥만한 크기부터 1미터 가까이 되는 석상들까지 브라이트비저는 여자친구인 앤 캐서린과 함께 도둑질 했다.
그렇게 훔친 작품들은 다락방에서 오로지 두 사람만이 즐길 수 있게 전시되었다. 갖고 싶은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고 훔쳐내서 그 예술품들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브라이트비저는 진작에 병원에 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는 예술 작품을 사랑한다기보다 갖고 싶은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훔치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예술을 좋아했기에 예술품을 훔친 것이다. 그가 돈을 좋아했다면 돈을 훔쳤을 것이고, 라면을 좋아했으면 라면을 훔쳤겠지.
누구나 훔치고 싶을만큼 갖고 싶은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두가 그것을 훔치지 않는다. 훔치는 행위가 구체제에 저항한다거나 자유를 지향한다거나 하는 의미를 가져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러니 무언가를 훔치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대리 만족한 후 브라이트비저의 결말을 보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