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문학기행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빈에서의 일정이 어제로 마무리되었고 오늘아침은 마지막 도시 부타페스트로 향한다. 오전에 떠나기에 오늘은 비엔나의 아침을 절반만 누리게 된다.
카프카문학기행차 방문했던 2017년에는 버스로 이동했기에(멜크를 거쳐서 프라하로 갔다)빈의 지하철과 기차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짧은 기간이어도 전보다는 많은 걸 기억에 담게 되었다.
어제 레오폴드미술관의 ‘비엔나 1900‘ 전시에는 세기말을 수늫았던 빈의 학자와 예술가의 사진도 한꺼번에 전시돼 있었다. 면면으로 보면 (17세기를 일컫는 ‘천재들의 세기‘에 견주어) ‘천재들의 세기말‘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나치독일하에서 이 천재들의 상당수가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전후 미국의 패권을 가능하게 한 인적 밑바탕이자 미국사에 대한 히틀러의 기여다.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에서는 예술에 대한 유대인들의 후원과 학문열(집안에 박사학위자가 한명씩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원인으로 든다. 다른 원인으로는 창조적 에너지가 정치(운동)로 빠져나갈 수 없었던 사회적 조건도 고려해야겠다. 1848년, 18세의 나이에 즉위한 프란츠 요제프 1세는 세기말이 되면 유럽의 최장수, 최고령 황제가 된다. 그와 함께 오스트리아는 가장 젊은 황제의 제국에서 가장 늙은 황제의 제국이 된다(황제는 1914년 1차세계대전의 선전포고를 하고 1916년에 사망한다. 그의 제국은 1918년 패전과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한다). 세기말은 이 제국의 황혼이었다.
제국의 황혼을 느껴보려는 것도 문학기행의 취지였는데, 아침햇살을 맞는 빈의 모습에서 이제 그런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은 때늦은 겨울추위가 덥쳤다지만 빈은 낮기온이 어느덧 20도까지 올라가고 있다. 이제 빈과는 작별해야 할 시간이다. 언제 다시 찾을지 기약할 수 없지만 빈의 아침햇살을 기억에 담기로 한다. 비엔나의 아침은 짧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