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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저공비행
클라겐푸르트(발음은 ‘클라겐푸어트‘에 더 가까운) 핵심일정은 무질박물관 방문. 나중에 보니 숙소에서 10분 남짓 거리에 있었다(기차로 클라겐푸르트역에 도착한다면 역사를 빠져나오자 마자 한눈에 발견할 수 있다. 길건너 왼편에 있는 건물이 무질박물관인데 외벽에 프랑스화가가 그렸다는 초상화가 있어서 손쉽게 알아볼 수 있다). 클라겐푸르트의 핵심 일정을 소화하기 전에 도보로 클라겐푸르트의 구도심 투어를 진행했다. 때마침 부활절 시장(마켓)이 열리고 있어서 이것저것 덤으로 구경할 수 있었다. 케른텐 주도 클라겐푸르트의 주청사도 둘러보았다.

무질박물관은 생가박물관이다. 로베르트 무질이 1880넌 11월 6일, 이곳에서 출생했다는 현판이 붙어 있다. 외벽 왼쪽에는 클라겐푸르트 출신의 대표적 작가로 잉에보르크 바흐만 초상이 오른편 무질 초상화와 나란히 방문객을 맞이한다(무질박물관 한쪽 구석엔 바흐만 전시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독자적인 바흐만박물관은 살던 집을 리모델링하여 올 6월에 개관한다). 사실 출생지라는 것만 빼면 클라겐푸르트는 무질의 삶에서 별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바로 이듬해에 가족이 보헤미아 지방으로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대표작 <특성 없는 남자>의 배경도 수도 빈이다. 그렇지만 무질박물관이 무질연구센터도 겸하고 있기에 무질 독자에게는 클라겐푸르트가 성지에 값한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마침 박물관장님이 단체방문객을 맞아 무질의 삶과 문학을 안내하고 질문에도 답해주셨다(한국인 단체는 처음이지 않을까?). 상세한 안내에 무질에 대한 강의(나의 견해)는 나중으로 미뤄졌다(잘츠부르크로 이동하는 시간을 이용했다). 작가박물관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무질박물관은 자료도 잘 갖춰져 있고(무질 부부가 실제로 착장했다는 옷과 유고가 담겼던 트렁크도 전시돼 있었다) 관장님의 해설까지 더해져 흡족했다. 문학기행스러운 일정.

클라겐푸르트역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오전에 맡겨놓은 짐을 찾기 워해 숙소로 되돌아와 버스에 올랐다. 잘츠부그르크로의 이동만 남았는데 가이드의 제안으로 피라미덴코겔에 먼저 들렀다. 클라겐푸르트를 대표적 관광지로 만든(가이드의 표현으로 클라겐푸르트는 오스트리아의 ‘제주도‘이다) 뵈르트 호수의 전경이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곳이다(목조-철제 구조물). 엘리베이터가 운행하지 않아서 12층 높이까지 걸어서 올라가느라 힘이 들었지만(이틀 연속 ‘등산‘) 전망대 경관은 시원상쾌했다. 클라겐푸르트는 뵈르트 호와 묶어서 기억해두기로 했다. 지금, 일행은 잘츠부르크로 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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