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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서재
  • 이상한 그림
  • 우케쓰
  • 14,400원 (10%800)
  • 2023-07-24
  • : 3,712

우케쓰, 김은모 역, [이상한 그림], 북다, 2023.

Uketsu, [HENNA E], 2022.

울 아랫집에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 두 명이 산다. 이상한 집인 게 매일 밤 11시에 엄마와 아이들이 같이 오는데, 현관문을 건물이 떠나갈 정도로 큰 얘가 쾅! 곧이어 작은 얘가 쾅! 닫고 들어간다. 그리고 새벽 1시까지 고성으로 떠든다. 고양이를 키우는데, 발정인지 온종일 괴성을 내고... 앞집에서 뭐라고 하겠지? 아래 아랫집에서 뭐라고 하겠지? 하다가 (그전에 서너 번 마주쳤을 때 문을 좀 살살 닫으라고, 조용히 좀 하라고 좋게 얘기했다) 지난 주말에, 밤 12시 30분에 찾아가서, 우리 라인이 다 들리게끔 큰 소리로 항의했다. 엄마라는 여자는 아이들이 소리 지르는 것도, 그때가 밤 12시가 지난 것도 모르고 있다. 꼭 이렇게 지랄을 해야 말귀를 알아듣는 것인지? 아무튼, 2년 만에 토요일과 일요일 밤을 고요하게 보냈다. 월요일 아침에 이웃집 여사님이 웃으며 엄지 척을 해주신다. 가슴이 뿌듯했다!

바람 속에 서 있는 여자 그림

집을 뒤덮은 안개 그림

미술 교사의 마지막 그림

문조를 보호하는 나무 그림

"저는 A코의 정신분석에 '그림 테스트'라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림 테스트란 대상자가 그린 그림으로 심리를 파악하는 분석 기법이에요. 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림에는 그걸 그린 사람의 내면이 드러나는 법이죠. 특히 인간, 나무, 집을 그린 그림에 그러한 경향이 현저해요. 여러분, 이 그림을 보고 뭔가 이상한 점을 못 느끼겠어요?"(p.7)

우케쓰의 소설 [이상한 집](리드비, 2022.)에 이어서 읽은 소설 [이상한 그림]이다. 이상한 집과 이상한 그림을 소재로 하는 본격 미스터리이지만, 실제로는 '이상한 가족'에 관해서이다. 가족 관계에서 부모의 영향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 것인지 네 개의 사건을 다루는데, 결국 네 개의 그림은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상한 집]은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평면도를 가지고 추리했다면, [이상한 그림]은 어딘가 괴리감이 있는 그림을 가지고 추리한다. 문학적이라기보다 오락적인 성향이 강한데, 그럼에도 작가의 창의력과 논리적인 사고는 여느 문학에 뒤지지 않는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2012.11.28.

오늘부로 블로그를 그만두겠습니다.

그 그림 세 장의 비밀을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대체 어떠한 고통을 짊어지고 있었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지, 나로서는 가늠도 안 됩니다.

당신을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 렌(p.20)

나나시노 렌은 인터넷 블로그에 일기를 쓴다. 일상의 소재는 아내 유키의 임신으로 출산과 육아를 준비하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유키는 임신 중에 몇 개의 그림을 그렸는데... 산타 같은 귀여운 아기, 아기가 자란 것을 상상한 미래 예상도,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여자, 어른이 된 남자, 기도하는 듯한 할머니의 모습이다. 그런데 출산하는 중에 아기는 간신히 구했지만, 산모는 사망한다. 유키는 자기의 죽음을 예상했던 것일까? 그녀의 그림은 일종의 다잉 메시지는 아닐까? 렌은 그림의 비밀을 알게 된다.

제일 위층의 한가운데 집을 회색 크레파스로 떡칠해놓았다. 거기는 나오미와 유타가 사는 집이다.(p.84)

곤노 유타는 3년 전에 아버지가 죽고, 엄마와 둘이서 산다. 어린이집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맨션에서 사는 집을 회색으로 진하게 칠해놓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집에서 사라진다. 아이가 그린 엉뚱한 그림, 자기가 사는 집을 회색으로 칠하는 것은 어떤 심리일까? 이것은 실종하고 연관이 있을까? 엄마는 애타게 유타를 찾는다.

집 근처 산에 올라 거기서 보이는 절경을 그림에 담는다. 그것이 미우라에게는 최고의 사치였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하지만...... 지금 미우라 앞에는 지옥이 펼쳐져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모조리 부정하는 듯한 절망적인 경치였다.

미우라는 호주머니에서 펜을 꺼냈다.

그려야 한다.

그림을 그려야 한다.(p.145-146)

고등학교 교사인 미우라 요시하루는 산에서 캠핑을 하다가 잔혹하게 살해된다. 현장에는 영수증의 뒷면에 그린 그림이 남아 있었다. 그는 열성적인 교사였지만, 주위의 평가는 냉담하다. 주요 용의자는 미술부 3학년 가메이도, 미대 시절부터 친구인 도요카와, 그리고 육아문제로 다툼이 잣았던 아내이다. 경찰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를 조사하는데,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다. 긴박한 순간에 그린 그림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범인은 왜 현장에 그림을 남겨두었을까?

몇 년 후, 드디어 나오미도 임신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야 할지 고민됐다. 제일 큰 걱정은 어머니라는 존재였다. 어머니는 죽은 후에도 늘 나오미에게 들러붙어 있었다. 거울을 보면 어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난 엄마를 닮았어. 아이를 낳으면 그 여자와 똑같아지지 않을까. 애정이라고는 일절 없이, 아이한테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을까.'(p.260)

나오미의 인생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일어난 어머니의 학대, 애정 없는 양육은 결국 비극을 불러온다. 아동지원시설에서 상처를 보듬으며 6년을 보내고, 간호학교에 들어가서 조산사가 된다. 미술을 전공한 남자와 결혼해서 임신을 하지만, 어머니의 망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거울을 보면 자신의 모습에서 어머니가 보이고, 그 여자처럼 애정 없는 육아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있다. 나오미는 다른 육아를 결심하는데, 그만큼 아이를 향한 집착이 커진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를 위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자기를 위한 범행을 저지른다.

그림을 소재로 하는 본격 미스터리, 이야미스, 가족에 관한 메시지... 진실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는 과정이 매우 특이해서 재미있다. 그림을 보면서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 들고, 여전히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내 모습을 보게 된다.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잘 기억해야 쉽게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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