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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캣책리뷰::알라딘
  • 케첩 스파게티
  • 라이너 하흐펠트
  • 13,950원 (10%770)
  • 2025-04-30
  • : 68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초등학생 디터와 유치원생 악셀은 평소 엄마의 세심한 보호 아래 위험한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평범한 형제입니다. 하지만 아빠의 출장과 엄마의 급작스러운 입원으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아이들이 직면한 비상사태 설정만으로도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엄마의 부재가 막상 닥치고 보니 모든 것을 바꿔 놓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서는 안 돼. 서랍을 뒤져서는 안 돼. 엄마가 남긴 금기는 아이들에게 족쇄가 됩니다. 디터와 악셀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엄마 입장에서 이 장면을 보면서 보호만으로는 결코 아이를 성장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디터는 아무에게도 우리끼리만 집에 있는 걸 들키면 안 된다고 동생에게 당부합니다. 아이들의 두근거리는 독립 선언이라고나 할까요.


이 작은 용기와 모험심을 마주하니 걱정 되면서도 한편으론 설렙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꿈꾸었던 엄마 몰래 해보는 어른 흉내의 스릴과 자립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이 형제가 온몸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합니다. 엄마가 깨워주던 평소와는 다릅니다. 동생도 유치원에 보내야 합니다. 평범한 일상이 아이들에게는 거대한 과업이 됩니다. 누군가가 해주던 일들을 스스로 해야 할 때 비로소 책임감이 깃드는 것입니다.


모든 행동에는 사소한 실수가 따르고 그 실수로부터 아이들은 스스로 배우게 됩니다. 작가는 이 소소한 과정들을 가볍게 그리지 않습니다.





엄마 없는 밤. 아이들은 자유를 만끽할 것 같지요. 마음껏 TV를 볼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배고픔이 찾아옵니다. 절박함은 아이들을 행동하게 만듭니다. 무언가를 해본 적 없었던 디터와 악셀에게 이 작은 불편이 바로 첫 번째 성장통입니다.


디터와 악셀은 부엌을 뒤져 스파게티 면을 찾아냅니다. 하지만 요리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소금과 설탕을 마구잡이로 넣으며 먹지 못할 음식을 만들어내지요.


우리 모두가 겪었던 첫 번째 시도의 기억을 소환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도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은 드디어 생각이란 걸 하게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디터와 악셀은 음식을 요리한 게 아니라 자신감을 요리한 셈입니다. 할 수 있다는 믿음 속에 작은 성취의 순간을 이뤄낸 형제의 모습을 보며 뿌듯해집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해낸다는 것은 곧 책임진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일으킨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한층 더 성숙해집니다. 과거의 '하지 마'는 이제 '할 수 있어'로 바뀌어야 할 시간입니다.


이 창작동화는 독일 그립스 극단에서 공연되었고,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번안해 학전의 대표 어린이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로 수년간 아이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자립심과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전달하는 <케첩 스파게티>. 어린이 동화책이지만 부모에게도 믿고 기다리는 것의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과보호 육아 대신 기다림과 신뢰라는 양육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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