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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캣책리뷰::알라딘
  • 스테이시 Stacy
  • 지피
  • 18,000원 (10%1,000)
  • 2025-04-30
  • : 29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온라인 세계의 무자비한 단죄, 캔슬 컬처의 어두운 그림자를 파헤친 지피 작가의 자전적 그래픽노블 <스테이시 Stacy>.


지피(GIPI)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그래픽노블 작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오다 2021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2년 만에 복귀한 그가 들고 온 신작 <스테이시>는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과 연결된 자전적 요소가 강한 작품입니다.


지피는 2021년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만화로 논란을 겪었고 이 경험은 <스테이시>의 모티프가 됩니다. 작가는 현대 사회의 캔슬 컬처(Cancel Culture)라는 현상을 분석하며 온라인 공간에서의 집단 공격과 심리적 파괴에 대해 탐구합니다.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인 주인공 지아니. 한 인터뷰에서 무심코 한 발언이 소셜 미디어에서 순식간에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전까지 그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던 팬들과 친구라고 믿었던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는 상황입니다.


특히 그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지금 자신을 경멸하는 사람들이 바로 예전에는 자신을 존경했던 사람들이라는 모순적인 현실입니다. <스테이시>는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대중의 급격한 태도 변화와 그 이면에 있는 위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트라우마와 분노가 만들어낸 '스테이시'의 탄생이 독특합니다. 사회적 매장을 경험하고 깊은 절망에 빠진 지아니는 자신의 내면에서 두 가지 인격체를 창조합니다. 하나는 악마로 표현되는 복수심과 원망의 화신이며, 다른 하나는 스테이시입니다.


스테이시는 지아니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허구적 존재로 지아니의 분노와 좌절이 창조적으로 표현된 결과물입니다. 소외와 내면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소셜 미디어가 만든 새로운 형태의 공개 처형, 캔슬 컬처.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한다는 명분 아래 개인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스테이시>는 SNS 시대에 개인이 얼마나 쉽게 대중의 비난의 표적이 될 수 있는지, 트라우마를 경험한 개인이 자신의 고통을 어떻게 내면화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지 심리적 상태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지피 작가는 사회적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집단적 폭력의 모순을 들추어냅니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대중의 반응이 얼마나 쉽게 극단화되고 비이성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지를요.


지피 작가의 그림 스타일은 날카롭습니다. 지아니가 경험하는 극단적인 감정 상태를 드러냅니다. 신경질적인 표정이 송곳처럼 찌르는 듯한 기분이라 불쾌감이 자리잡게 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이 감정에 몰입하게 됩니다.


전형적인 형식을 벗어나 텍스트 페이지로 변화를 주고 있어 다채롭습니다. 빽빽한 그림과 텍스트로 강박적인 8컷 구성을 선보이면서도 때로는 자유로운 형식이 혼합되어 지아니의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를 조화롭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피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논란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느끼는 딜레마를 작품에 녹여냈습니다. 오늘날 너무나도 흔하게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자신의 표현이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어디까지 고려해야 하는지, 대중은 그 발언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해야 하는지. 작가는 캔슬 컬처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윤리적 질문들을 고민합니다.


분노와 상처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지아니. 내면의 악마는 계속해서 그에게 진짜 괴물이 되라고 요구합니다. 지아니는 자신의 어두운 면에 굴복하게 될까요?


소셜 미디어 시대의 소통 방식과 대중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이면서도 동시에 깊은 상처를 입은 한 예술가의 자기 치유 과정을 담은 작품 <스테이시>. SNS의 영향력이 큰 시대를 살아가면서 타인의 평가에 대한 의존도, 온라인 공간에서의 집단 심리, 자아 정체성에 관해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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