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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을 읽다 보면, 음식을 주제로 한 내용이 많다. 음식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함께 있다는 기분을 갖게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채널마다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프로그램이 많다. 아무래도 가난했던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어른들께 ‘식사하셨어요?’라고 하는 우리의 인사 풍경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하라다 히카도 이와 다르지 않은지, 음식과 술에 관련된 소설이 몇 권 된다. 아마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하라다 히카의 작품인 것도 있었지만, 음식을 만들며 혹은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상했던 대로 음식을 만들며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 그로 인한 애틋한 마음과 여성들의 연대를 나타내는 소설이었다.

주인공 사야카는 남편을 위해 정성껏 요리하여 음식을 내놓는다. 남편은 퇴근 후 식사하면서 맥주 한 잔을 곁들이는 걸 좋아한다. 반면 사야카는 식사가 ‘끝난 후’ 간단한 안주와 함께 마시는 걸 선호한다. 그런 이유로 남편은 사야카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집에서 나간다. 혹시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여 그가 퇴근 후 자주 다닌다는 정식집 ‘자츠’를 방문한다. 사야카의 입맛에는 음식이 달지만, 자츠에는 술 한잔을 곁들여 식사를 하는 손님이 꽤 있었다. 점원을 구한다는 벽보를 보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정식집 자츠는 조우 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선대 조우 씨가 하던 가게를 물려받았다.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곁들인 정식과 단품 메뉴를 조우 씨 혼자 하고 있던 곳이다. 사케 한 잔을 시켜놓고 아껴가며 먹는 손님들이 있는 곳이다. 냉동 크로켓을 주로 내놓던 조우 씨는 어느 날 수제 크로켓을 만든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수제 크로켓을 내놓는다.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친다. 감자 껍질을 벗기고 으깬 뒤 볶은 다짐육을 섞는다. 타원형으로 모양을 만들어서 늘어놓고, 밀가루, 계란물, 빵가루를 준비해 감자에 밀가루와 계란을 묻히고 빵가루를 뿌려놓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재빨리 튀겨 뜨거운 크로켓 정식을 먹을 수 있게 한다.
문득 사야카는 생각한다. 밥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것은 아직 낯설지만, 갓 튀긴 크로켓 정식을 먹으면서 맥주를 마시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뜨거운 크로켓과 차가운 맥주 한 잔이 그리워지는 장면이었다. 여행지에서 혹은 좋은 음식이 있는 낮에도 맥주 한 잔을 주문하는 우리와 달랐다. ‘낮술의 즐거움’을 모르는 게 조금은 안타까웠다.
정식집 자츠에서 일하며 점점 변화하는 사야카와 선대에 이어 자츠를 운영해 온 조우 씨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백화점에 납품하는 손수건 회사에 다녔던 시절을 거쳐 친척인 정식집 자츠에 오게 된, 미사에로 불렸던 기억을 회상한다. 가족과도 멀어지고 오로지 자츠에서만 일했던 삶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있다. 사야카는 조우 씨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점점 변해간다. 밥을 먹으며 술 한잔을 곁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달까.
삼십 대와 칠십 대 두 여성의 연대를 볼 수 있었다. 홀로 일어서는 과정이 요리를 통해 이루어졌다. 따뜻한 음식을 앞에 두고 상대방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의 안부를 챙긴다.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인물들이어서 반가웠다.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조금씩 기대는 이들의 우정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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