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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플라워
  • 바움가트너
  • 폴 오스터
  • 16,020원 (10%890)
  • 2025-04-30
  • : 51,575


#바움가트너 #폴오스터 #열린책들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작가의 마지막 유작은 감정이 남다르다. 출판사에서도 독자들의 이런 마음을 겨냥해 책을 출간할 것이다. 폴 오스터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된 『바움가트너』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정원사라는 뜻의 바움가트너란 이름에서 나무의 생과 사를 비유해 인간의 삶을 나타냈다. 새싹에서 푸르른 나무가 되었다가, 베어진 나무의 그루터기를 보면 너무 비슷하지 않나. 바움가트너는 작가 자신이라고 해도 될 만하다. 노 작가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삶을 반추하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죽은 아내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사이 바움가트너는 일흔한 살의 철학 교수로 어느 날 부엌에서 일어난 사고를 통해 과거의 기억과 마주한다. 가스레인지 위에서 타고 있던 알루미늄 냄비가 죽은 아내의 물건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겉잡을 수 없는 슬픔에 빠지는 순간 걸려 오는 전화와 이후 방문한 검침원과 함께 지하실의 오래된 계단을 내려가다 무릎이 다치는 등 사고가 잇따른다. 소설의 처음, 많은 인물의 등장에 다소 긴장하지만, 소설의 결말에 가면 그들의 인연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도 한다. 상실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처음에는 인식을 못 하다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순간이 온다. 바움가트너는 바닥에 떨어진 양은 냄비를 보며 십 년 전에 죽은 아내 애나를 떠올린다. 번역가이자 시인이었던 애나가 쓴 글을 들춰보고, 애나가 바움가트너를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린다. 인연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무릎을 다친 것과 동시에 마치 환지통처럼 아내를 잃었던 상실의 고통이 떠오른 것이다. 노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쓰는 기간과 과거의 기억이 혼재한다.

 




바움가트너가 아내의 작품을 준비하는 와중에 받은 편지 한 통이 그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젊은 학자가 애나의 작품으로 논문을 쓰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무척 즐거워한다. 마치 딸이 찾아오는 것처럼, 비어트릭스를 위한 빈방을 준비한다. 집에서 지내며 애나의 시와 메모 등을 살펴보라고 한 것이다. 비어트릭스를 기다리는 마음이 꼭 멀리 떠났다가 돌아오는 딸을 기다리는 것 같다. 더불어 아내의 글이 빛을 발하는 것을 보고 싶은 그의 마음이 전해져 감동이다.

 




운이 좋아 다른 사람과 깊이 연결되면, 그 다른 사람이 자신만큼 중요해질 정도로 가까워지면, 삶은 단지 가능해질 뿐 아니라 좋은 것이 돼요. (123페이지)




 

아내의 미발표 글을 읽으며 과거와 마주하고 그는 비로소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새로운 연인에게 할 청혼을 준비하며 설렘을 느낀다. 그러나 청혼했다가 거절당하자 그는 삶의 다른 변화를 꿈꾼다. 또한 틈틈이 새로운 작품을 쓰며 새로운 삶을 모색한다. 작가라면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있기 마련인데, 새 작품에 대하여 어느 정도 만족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그럴 때 있지 않나. 좋은 글을 썼다는 느낌 말이다.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기억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남은 삶, 어떠한 도전을 할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순간을 기억하도록 해. 얘야, 남은 평생 기억해, 앞으로 너한테 일어날 어떤 일도 지금 이것보다 중요하진 않을 테니까. (242페이지)

 




노년에 느끼는 삶의 통찰을 노작가의 문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장이 유려하다. 얇은 두께임에도 감동이 남다르다.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을 잃거나 모두 인간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삶의 변화를 이끄는 것도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해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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