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6.16.
노래책시렁 500
《비밀의 크기》
김세희 글
차야다 그림
상상
2025.5.30.
할머니나 할아버지라는 자리에 서는 분이 으레 ‘옛일을 깜빡’한다면, 나이가 들어서라기보다 걱정을 하는 탓이라고 느낍니다. 걱정하지 않는 분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옛일을 또렷이 떠올릴 뿐 아니라, 새롭게 맞이하는 하루를 반갑게 누리면서 ‘마음자리’에 차곡차곡 둔다고 느껴요. 《비밀의 크기》는 아이 곁에서 아이를 지키려는 마음이 가득한 나날을 옮겼구나 싶으면서도, 자꾸 아이를 걱정하면서 쳇바퀴를 도는 줄거리에 스스로 갇히는구나 싶습니다. 아이는 걱정으로 안 큽니다. 어른도 걱정으로는 늙을 뿐입니다. 아이는 늘 사랑으로 자랍니다. 어른도 노상 사랑으로 어질게 빛납니다. 언제나 온하루를 즐겁게 어울리는 이야기와 노래와 웃음과 춤으로 누리면 넉넉합니다. 낱말을 요모조모 엮는 글치레가 아니라, 한결같이 사랑으로 노래하면서 한꽃으로 피어나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으면 되어요. 하루살이를 말하고 싶다면, 스스로 하루살이로 살면 됩니다. 하루살이를 구경하거나 흉내를 내거나 ‘사람살이를 하루살이한테 빗댄’들 하루살이를 알 길이 없습니다. ‘서울내기 어른살이 틀’이라 할 ‘인생철학’이나 ‘패션쇼’를 굳이 아이한테 끼워맞출 까닭이 없습니다. ‘몸이 어른’이어도 ‘마음에는 어른빛과 아이숨이 나란한’ 줄 눈여겨보기를 바라요. 노래가 아닌 동시라면 하나같이 쳇바퀴로 그칩니다.
ㅍㄹㄴ
다섯. 하루살이를 놀리지 않는다 / 여섯, 불나방처럼 불빛 속으로 뛰어들지 않는다 / 일곱, 박수 칠 때 떠난다 (모기들의 인생철학/11쪽)
파란불도 아닌데 / 할머니가 지팡이 짚고 / 또각또각 횡단보고 건너간다 // 달리던 자동차들 / 꼼짝없이 / 모두 멈춘다 // 그래도 할머니한테 / 뭐라고 하는 사람 / 아무도 없다 (파란불 할머니/19쪽)
우리 동네 패션쇼 / 캐릭터 옷 입고, / 머리에 수건 쓰고, / 목에 태권도 빨간 띠 매고 / 돌아다닌다 // 그러고 / 이렇게 말한다 / ―언니 나 좀 보시라구 (내 동생 패션쇼/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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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크기》(김세희, 상상, 2025)
바다 수면 위로 고래의 등이 살짝 보였고요
→ 바다 너머로 고래등이 살짝 보이고요
→ 바닷물낯에 고래등이 살짝 보이고요
4쪽
동시의 길을 오래오래 걸을 수 있게 도와주시는 문현식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노래꽃길을 오래오래 걸으라고 도와주는 문현식 님이 고맙습니다
→ 노래길을 오래오래 걸으라며 돕는 문현식 님한테 고맙다고 여쭙니다
5쪽
박수 칠 때 떠난다
→ 손뼉칠 때 떠난다
11쪽
하루살이의 하루 속에는
→ 하루살이 하루에는
→ 하루살이 하루삶에는
12쪽
별의 가장자리를 만들었다가
→ 별 가장자리를 지었다가
→ 별가를 엮었다가
→ 별기슭을 빚었다가
72쪽
일자로 길게 당겨
→ 곧고 길게 당겨
→ 조르르 길게 당겨
→ 주르륵 길게 당겨
7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