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31.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숲노래 밑틀·최종규 글·나유진 그림, 철수와영희, 2025.5.31.
새와 개구리와 바람과 풀벌레가 들려주는 노래가 아닌, 부릉부릉 왁자지껄 우글우글 같은 소리가 넘실거리는 부산 한복판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글살림을 여민다. 곁에 어떤 소리가 흐르는지에 따라서 글길이 바뀔 수 있겠지. 늘 푸른노래를 듣는 삶터라면 우리가 바라보는 이야기도 푸른숨결이게 마련이고, 늘 시끌소리에 갇힌 큰고장이라면 빛씨앗이 아니라 ‘옳고그름’이라는 줄거리에 기울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서울·큰고장에서 그냥그냥 하루를 온통 보내는 한해살이를 잇는다면, 애써 붓을 쥐어 글을 쓰더라도 ‘사랑으로 살림짓는 숲빛이 흐르는 마음’이 아닌 ‘이렇게 해야 옳고, 저렇게 하면 그르다는 굴레’에 마냥 휩쓸리겠다고 느낀다.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을 일곱 해에 걸쳐서 새로쓰고 고쳐쓰고 다시쓰는 길을 거쳐서 내놓는다. 얼핏 조그마해 보이는 꾸러미인데, 이레나 달포가 아닌 일곱이라는 해가 흐르는 나날을 두고서 가다듬었다. 일곱 해를 더 다듬고서 2032년에 선보일 수 있지만, 일곱 해 뒤에는 이동안 새롭게 배우고 익히는 살림말과 숲말 이야기를 쓰면 될 일이지 싶다. 지난 2018년에는 《우리말 동시 사전》을 막바지로 고쳐쓰는 동안 ‘문해력’이라는 일본말을 어떻게 풀고 품어서 우리말씨로 보듬을 적에 어울릴까 하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동안 이 낱말 저 말씨를 헤매고 짚은 끝에 ‘글힘’과 ‘글귀’를 거치고 ‘글눈·글눈길·글눈빛’을 짚으면서 글읽기·글읽는·글읽꽃’ 같은 낱말을 혀에 얹어 보았다. 꼭 한 낱말로만 풀어야 하지 않다. 여러 낱말로 풀 수 있고, 앞으로도 더 생각을 기울여서 새말을 차근차근 지을 만하다. 어린이 곁에서는 ‘어린글눈’과 ‘어린글꽃’을 피우고, 푸름이랑 어깨동무하며 ‘푸른글눈’과 ‘푸른글꽃’을 피울 수 있다. 나부터 어른으로서 ‘어른글눈’과 ‘어른글꽃’이 피어나는 길에 밑흙이 될 수 있다.
어린이와 푸름이가 하루에 한나절은 책도 손전화도 없이 풀꽃나무와 해바람비와 들숲메바다를 품으면서 새빛을 헤아리는 씨앗 한 톨을 일구는 틈을 누리기를 빈다. 우리는 누구나 어른으로서 하루에 한나절은 마음빛을 들여다보고 마음밭을 갈고닦고 마음씨를 심으면서 마음노래를 들려주는 어진 마음꽃을 피울 수 있기를 빈다. 다 다른 우리가 다 다른 삶말과 살림말과 숲말로 생각씨앗을 나눌 적에 이곳은 아름나라로 거듭난다고 본다.
“쉬운 말이 평화”이고, “쉬운 말이 사랑”이고, “쉬운 말이 숲”이고, “쉬운 말이 노래”이고, “쉬운 말이 집”이고, “쉬운 말이 삶”이고, “쉬운 말이 생각”이다. “쉬운 말이 씨앗”이니, 낱말외우기가 아닌 말익히기라는 살림길을 나란히 걸어가는 온누리를 그린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