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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8.


《한 달의 고베》

 한예리 글, 세나북스, 2025.4.30.



나는 2025년에도 2015년과 2005년과 1995년에도 ‘걷는읽기’를 했다. 1985년에는 구름바라기와 비바라기와 해바라기와 풀꽃바라기를 하며 걸었고, 둘레에 책은 많지 않았고, 짐(숙제)이 끝없어서 책을 손에 쥘 틈이 너무 밭았다. 부천나루 길손집에서 아침에 길을 나서며 책짐을 질끈 동여매어 걸으면서도 책을 읽는다. 디딤돌을 걸어서 오르내릴 적에도, 전철을 기다리거나 타거나 갈아탈 적에도, 복판마을(센트럴시티)에 닿아서 2시간 40분 동안 고흥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책을 읽는다. 길에서 스친 사람물결이 2000이, 아니 5000이 훨씬 넘을 텐데, 하나같이 멋스러이 빼입은 서울사람일 뿐, 손에 책을 쥔 이웃은 한 사람도 못 본다. 그렇구나 하고 여기면서 《한 달의 고베》를 어느새 다 읽는다. 《한 달의 고베》는 한달살이로 이웃나라 이웃마을을 느끼고 누빈 줄거리를 다룬다. 이웃을 느끼려면 걸어서 오갈 노릇이다. 동무로 사귀려면 걸어서 만날 일이다. 안 걷는 사이라면 이웃이나 동무가 아니라고 느낀다. 나라지기를 뽑는 철이 다가오면, 그들은 꼭 이때에만 걷는 시늉을 한다. 그들은 ‘읽는 시늉’조차 없이 손을 흔들고 웃다가 벼슬자리를 얻더라. 그렇지만 이제는 ‘걷는읽기·걷는쓰기’로 거듭나면서 스스로 삶을 갈무리할 때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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