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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7.


《비행운》

 김애란 글, 문학과지성사, 2012.7.18.



서울에서 아침길은 사람물결이다. 서울은 하룻내 사람바다이되, 아침저녁은 섣불리 탈거리 곁에 있지 말아야 하지만, 까치산나루에서 〈라이브러리 두란노〉로 가자면 이 물결에 섞여야 한다. 새벽에 쓴 노래 ‘봄끝’을 옮겨적는다. “이곳은 골짜기야. 이 길은 구름길이야. 나는 별빛을 타고서 걸어.” 하고 속으로 왼다. 오늘은 《짱구네 고추밭 소동》을 놓고서 어떻게 가싯길을 꿈길로 돌려놓는 글씨앗을 여미면서 우리한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는가 하고 짚는다. 바퀴걸상을 타는 푸름이하고 낮밥을 먹으려고 상도동 어느 밥집에 들렀는데 그곳은 ‘아기수레·바퀴걸상’ 모두 들이면 안 된다고 한참 목소리를 높인다. 비좁은 밥집도 아니요, 아기수레나 바퀴걸상은 ‘또다른 발’이라는 대목을 밥집일꾼은 하나도 모르더라. 늦은낮에 부천 〈용서점〉으로 건너간다. ‘숨은사람찾기 1 로자 파크스’ 이야기를 편다. ‘떠도는 말’이 아닌, ‘작은사람이 한 일과 걸은 삶’을 놓고서 무엇을 보고 헤아릴 노릇인지 짚는다. 《비행운》을 읽고서 한참 갸웃했다. 글쓴이는 무슨 말을 하고 싶기에 붓을 쥐었는가. ‘마음을 읽어서 담는다’고 하는 길을 걸으려면, 어린이랑 푸름이 곁에 어떻게 서야 하는가. 가난하든 가난하지 않든, 아프든 아프지 않든, 먼저 눈을 감고서 넋부터 마주할 노릇이라고 본다.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가난하게 살지 않는 채 ‘예전에 가난한 적 있던 일’을 실마리로 잡아서 글을 쓸 적에는 으레 구름에 붕 뜨게 마련이다. 몸을 입고서 살아가는 숨결한테 몸이란 무엇일는지 고즈넉이 돌아보는 붓끝으로 거듭나기를 빈다. 글치레를 안 하기를 빈다. ‘문학’이 아닌 ‘나와 너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릴 수 있기를 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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