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5.6.12.
숲책 읽기 240
《생명을 보는 눈》
조병범
자연과생태
2022.2.17.
《생명을 보는 눈》은 서울·큰고장 한복판에서도 새를 바라보면서 온숨결을 헤아리려는 뜻을 줄거리로 삼는구나 싶습니다만, 어쩐지 자꾸 샛길로 빠진다고 느낍니다. 웃자리인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나리가 내려다볼 적에는 ‘백성’일 테지만, 막상 흙살림꾼이나 집살림꾼으로 들숲메바다와 아이들을 돌보는 일꾼은 그저 ‘사람’이기만 했습니다.
이른바 ‘백성’은 “그놈들이 내려다보며 붙인 굴레 같은 이름”입니다. ‘백성’이란 “백 가지 씨”라는 뜻이 아닌 “너희(백성)는 씨가 없이 우글우글하다”고 여기는 얄궂고 미워하는 마음이 도사립니다. 일본이 총칼로 밀려든 뒤부터 부쩍 쓰는 ‘민중’ 같은 한자말에서 ‘민(民)’은 “눈알이 찔려 장님이 되어 종으로 구르는 슬픈 사람”을 가리킵니다.
우리는 ‘씨없는놈’도 ‘눈없는놈’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사람’입니다. 사람이란, 사랑을 짓는 살림을 하면서 뭇숨결 사이에서 새롭게 살아가는 동안 생각을 지어서 말로 심는 목숨붙이를 가리키는 오랜 이름입니다. 이러한 이름을 못 살피거나 안 살필 적에는 자꾸 샛길로 빠집니다.
《생명을 보는 눈》을 쓴 분은 ‘참새’가 ‘좀새’에서 왔다는 엉뚱한 말을 길게 적는데, 너무나 터무니없습니다. 그러면 참나무도 ‘좀나무’인지요? 참꽃도 ‘좀꽃’인가요? 참나리는 ‘좀나리’인지요? 말이 될 수 없습니다. ‘참하다’라는 낱말은 무슨 뜻인지요? ‘참’이라는 우리말은 ‘차다(가득하다 + 차갑다)’에서 비롯합니다. 들숲마을에 가득한 새라서 ‘참새’입니다. 더구나 참새는 가을걷이를 할 적에 조금 낟알을 쪼되, 봄여름에는 벌레를 어마어마하게 잡아먹습니다. 예부터 시골지기는 가을에 참새하고 넉넉히 낟알을 나누었고, 겨울에 따로 낟알을 챙겨 주면서 함께살았습니다.
‘목소리(주의주장)’가 아닌 “나너우리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피어날 때라야 새를 새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새이름뿐 아니라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사람’이 지었습니다. 백성이 아닌 사람이 지은 말입니다.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먹물이 지은 말이란 그저 중국을 우러르는 한문일 뿐입니다.
새소리는 ‘노래’이면서 ‘울음’입니다. ‘울다’라는 낱말에서 ‘우레’가 가지를 칩니다. “가슴을 울린다”라 하고, 북을 치면 둥둥 ‘울린다(운다)’고 합니다. ‘울다’에서 ‘울’은 ‘우리(너와 나)’도 가리키고 ‘하늘(한울)’도 가리킵니다. 새가 들려주는 소리를 왜 ‘노래’와 ‘울음’ 두 갈래로 나란히 마주하는가 하는 실마리를 알려면, 우리 스스로 먼먼 옛날부터 이은 ‘사람살림’을 돌아볼 노릇이고, 살림자리에서 수수하게 나누던 수수한 말씨를 짚을 노릇입니다.
제비를 바라보는 사람이 ‘가난하고 힘없는 나’하고 나란히 놓았다는 줄거리는 참으로 아리송합니다. 새가 그저 먹이 때문에 움직인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그저 돈 때문에 일을 하는지요? 아니거든요.
《생명을 보는 눈》이란 뭘까요? ‘목소리(주의주장·이론·학적 성과·도감·사전)’가 아닌 ‘사람으로서 살림을 짓는 사랑’일 때라야 비로소 숨결을 느끼고 보고 짚어서 다루고 이야기로 들려준다고 봅니다. 제발, 우리 스스로 사랑부터 바라보기를 빕니다. 이제는 부디 우리 스스로 사람인 줄 알아보기를 빕니다. 우리는 ‘인간’이 아닌 ‘사람’입니다. 새는 ‘새’일 뿐 ‘조류’가 아닙니다.
ㅍㄹㄴ
생김새나 소리를 특징으로 삼은 새 이름은 자연 속에서 새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백성의 눈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30쪽)
이른봄부터 가을 추수가 끝날 때까지 참새 때문에 농부의 걱정은 그칠 날이 없습니다 … 참새의 참은 진짜라는 뜻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부의 눈으로 보면 참새는 여전히 진짜 새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참새의 ‘참’은 진짜가 아니라 작다는 뜻에서 왔다고 보는 게 더 맞을 듯합니다 … 우리 둘레에서 보는 작은 새 ‘좀새’가 ‘참새’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 있습니다. (51, 52쪽)
새를 생명으로 바라보면, 다른 생명과 마찬가지로, 새소리 대부분이 울음소리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어떤 생명이든 자기 일상을 울음으로 채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70쪽)
농사를 짓는 백성들은 사람이 사는 집에 깃들어 사는 제비를, 가난하거나 부유하거나 가리지 않고 사람 집에 기대어 사는 제비의 처지를, 가난하고 힘없는 자신과 같은 존재로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81쪽)
새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먹이입니다. (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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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보는 눈》(조병범, 자연과생태, 2022)
파주출판단지 근린공원입니다
→ 파주책마을 나들쉼터입니다
→ 파주책고을 마을숲입니다
6쪽
두루미가 다시 돌아오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두루미가 돌아오는 곳으로 삼아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 두루미가 다시 오는 곳으로 가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7쪽
단체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가입했는데
→ 동아리가 생긴 지 얼마 안 될 때 들어갔는데
→ 모둠이 갓 생길 때 들어왔는데
21쪽
녹색빛을 띠는 검은색입니다
→ 푸른빛이 도는 검정입니다
→ 검푸릅니다
24쪽
천연기념물 황새가 그렇습니다
→ 아름빛 한새가 그렇습니다
→ 푸른빛 한새가 그렇습니다
27쪽
자연 속에서 새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백성의 눈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 들숲에서 새와 어우러지는 사람들 눈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 숲에서 새와 살아가는 수수한 눈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30쪽
새를 보게 된 뒤로는 새의 이동으로 압니다
→ 새를 보면서 새가 가는 길로 압니다
→ 새보기를 하면서 새흐름으로 압니다
32쪽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 길이 없습니다
→ 다른 길이 없습니다
→ 달리 길이 없습니다
36
먹이가 선결되어야 그 뒤가 가능합니다
→ 먹이부터 있어야 뒷일도 있습니다
→ 먼저 먹이가 있어야 뒤도 있습니다
36
결론부터 말하면 국가에서 정한 새(國鳥)가 없습니다
→ 그러니까 나라에서 돌보는 새가 없습니다
→ 다시 말해 나라새가 없습니다
40
까치를 희작(喜鵲)이라고 하며 기쁜 소식을 전달하는 새로 여겼습니다
→ 까치를 기쁨새라 하며 기쁜일을 알리는 새로 여겼습니다
42
까치가 단체 행동을 하면
→ 까치가 두레를 하면
→ 까치가 함께 움직이면
45
가을 추수가 끝날 때까지 참새 때문에 농부의 걱정은 그칠 날이 없습니다
→ 흙지기는 가을걷이를 끝날 때까지 참새 걱정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 흙일꾼은 가을걷이까지 참새 때문에 걱정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51
갑자기 메뚜기가 급증하고 농사에 치명타를 날렸는지 궁금했는데
→ 갑자기 메뚜기가 늘고 논밭을 할퀴었는지 궁금했는데
→ 갑자기 메뚜기가 불고 논밭을 망쳤는지 궁금했는데
52쪽
한두 마리만 도래지에 나타나도
→ 한두 마리만 삶터에 나타나도
→ 한두 마리만 뜰에 나타나도
→ 한두 마리만 들온터에 나타나도
58
탁란하는 새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 남낳이 새로 널리 압니다
→ 딴낳이 새로 널리 알지요
75
기일에 찾은 선생님의 오두막은
→ 가신날에 찾은 어르신 오두막은
→ 비나리날 찾은 어른 오두막은
91
월동지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 겨울터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 겨울뜰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99
그럴 때는 재빨리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 이럴 때는 재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 이럴 때는 재빨리 비켜야 합니다
114
1년에 한 번씩 비행깃을 완전히 새것으로 갈고
→ 해마다 깃을 새롭게 갈고
→ 해마다 날개깃갈이를 하고
118
다른 새들과 구별됩니다
→ 여느 새와 다릅니다
136
새를 사랑하는 ‘조류 인간’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 새를 사랑하는 ‘새사람’을 만나니 즐겁습니다
→ 새를 사랑하는 ‘새사랑이’를 만나니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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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