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5.6.11.
숲책 읽기 230
《미래 세대를 위한 동물권 이야기》
이유미
철수와영희
2024.7.21.
서울·부산처럼 큰고장으로 바깥일을 보러 다녀오면서 이곳에서 하루를 묵을 적마다 “우리나라는 시골만 벗어나면 하나같이 시끄럽구나” 싶어요. 다만, 시골이어도 읍내에서 하루를 머물려면 똑같이 시끄럽습니다. 이제는 시골 읍내조차 서울 판박이인 터라, 밤새 부릉부릉 오가는 소리에, 술에 전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나란합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동물권 이야기》는 우리가 스스로 이웃한테 얼마나 어떻게 귀를 기울이는지 묻는 꾸러미입니다. 온목숨을 온빛으로 마주하는 길을 헤아리자는 줄거리예요. 사람한테 먹히려고 태어나는 짐승이 아닌, 저마다 이 별을 푸르게 일구는 몫을 맡은 짐승이라는 대목을 살피자는 얼거리입니다.
곰과 범과 여우와 토끼뿐 아니라 사람도 이 별에서 할 일이 있습니다. 꽃과 풀과 나무와 돌과 흙과 비뿐 아니라 사람도 이 별에서 맡는 일이 있어요. 온누리 숨결을 하나하나 보노라면, 사람만 말을 나누지 않습니다. 풀잎과 나뭇잎도 말을 나눕니다. 씨앗과 씨눈도 말을 나눕니다. 모래와 냇물도 말을 나눕니다. 바람과 소금도 말을 나눠요. 다만, 사람은 ‘사람말’을 하고, 코끼리는 ‘코끼리말’을 하고, 별님은 ‘별빛말’을 할 뿐입니다.
서울말과 시골말은 다릅니다. 경상말과 전라말은 다릅니다. 고장이 다르면 말이 다르듯, 이웃나라하고 우리나라 사이에도 말이 달라요. 이웃나라도 그곳 고장에 따라서 말이 다릅니다. 그러니, 사람하고 다른 갈래인 나무는 ‘나무말’을 쓸 테니까, 우리 스스로 나무말을 익히려 하지 않는다면 나무하고 마음을 못 나눕니다. 우리 스스로 쥐말과 새말과 나비말을 익히려 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이웃숨결하고 마음을 안 나눌 테지요.
‘사람몫(인권)’은 언제부터 싹텄을까요? 우리가 처음 사람으로 살던 무렵부터 ‘사람몫’을 따지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몫(인권)’ 같은 말이 없더라도 서로 아끼고 돌볼 줄 아는 마음이 흘렀어요. 이러다가 나라가 서고, 우두머리와 벼슬자리가 생기고, 나라마다 금을 그어서 싸우는 동안 어느새 사람은 ‘사람’이 아닌 허수아비나 부스러기처럼 나뒹굴어야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람몫’을 헤아리면서 보듬자고 한 지는 얼마 안 됩니다.
사람곁에 있는 숱한 숨붙이를 헤아리는 ‘짐승몫(동물권)’과 ‘풀빛몫(식물권)’도 매한가지일 테지요. 지난날에 사람이 그저 사람이면서 어우러질 무렵에는, 나라도 나라지기도 벼슬자리도 총칼도 없었기에, 그저 어울리면서 어깨동무였다면, 오늘날에는 사람조차 사람몫을 살펴야 하고, 짐승과 푸나무도 따로 짐승몫과 푸나무몫을 살피지 않는다면, 그만 이 별이 무너지고 맙니다.
짐승몫이란, 여태 사람이 얼마나 사람답지 않았는가 하고 돌아보자는 뜻입니다. 푸나무몫이란, 이제껏 사람이 얼마나 사람다움을 잊었는가 하고 되새기자는 뜻입니다. 사람이 소나 돼지를 고기로 삼아 먹을 수 있더라도, 소나 돼지는 ‘소’하고 ‘돼지’일 뿐, ‘소고기’나 ‘돼지고기’이지 않습니다. 사람다움을 되찾으면서 사람으로서 눈망울을 밝히는 곳이라면, 뭇숨결이 나란히 아름답게 너울거리는 ‘숲별(푸른별)’로 거듭나리라 봅니다.
ㅍㄹㄴ
나는 생전 처음 가 보는 도로를 지나 도시의 외곽으로 가게 되었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길에 이르자 엄마는 나를 가방에서 꺼내 차 문을 열고 도로에 내려놓았지. (25쪽)
모든 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똑같은 삶을 살게 돼. (33쪽)
사람들은 지능이 뛰어나다고 들었어. 그런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단다. (82쪽)
내가 알기로는, 인간은 모든 동물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그렇다고 아무도 그들을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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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동물권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4)
열다섯 종류의 동물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 열다섯 숲짐승이 저마다 이야기를 합니다
→ 열다섯 들짐승마다 제 이야기를 합니다
5쪽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세상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경험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이 책으로 이웃 터전에 한 발짝 다가서 보면 어떨까요
→ 이 책을 읽으며 이웃삶에 한 발짝 다가서 보기를 바라요
5쪽
두 명의 남자가 내 곁으로 다가왔어
→ 두 사내가 곁으로 다가왔어
12쪽
곰이 돈이 되는 이유는 바로 웅담(熊膽) 즉 곰의 쓸개 때문이에요
→ 곰을 돈으로 삼는 까닭은 바로 곰쓸개 때문이에요
→ 바로 곰쓸개 때문에 곰을 돈으로 삼아요
19쪽
가족들은 얼굴빛이 어두워졌어
→ 우리는 얼굴빛이 어두워
→ 모두 얼굴빛이 어두워
24쪽
나는 낯선 길 위에 혼자 남겨졌어
→ 나는 낯선 길에 혼자 남았어
→ 나는 낯선 길에 혼자야
26쪽
풀만 먹던 소들이 지방 성분을 먹으면 몸에도 마블링이 많이 생긴대
→ 풀만 먹는 소가 기름을 먹으면 몸에 꽃비계가 많이 생긴대
→ 풀만 먹는 소가 기름을 먹으면 몸에 비계꽃이 많이 생긴대
33쪽
모든 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똑같은 삶을 살게 돼
→ 모든 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똑같이 살아
33쪽
하지만 이건 나의 소망일 뿐이야
→ 그렇지만 내 꿈일 뿐이야
→ 그러나 나만 이렇게 바라
37쪽
우리 비둘기들의 위신이 이토록 비참하게 땅에 떨어졌던 날이 없었어
→ 우리 비둘기 날개가 이토록 끔찍하게 땅에 떨어진 날이 없어
→ 우리 비둘기 몰골이 이토록 눈물겹게 땅에 떨어진 날이 없어
40쪽
살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배설하고
→ 살려고 먹고, 살려고 누고
45쪽
그 와중에 세상 밖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던 걸까
→ 그런데 밖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그런데 밖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53쪽
굉장히 화가 난 목소리로 기선제압을 하며
→ 무척 성난 목소리로 먼저 누르며
→ 매우 부아난 목소리로 먼저 꺾으며
65쪽
우리가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날을
→ 우리가 일어나 하루를 여는 날을
→ 우리가 일어나서 움직이는 날을
77쪽
식량은 또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 먹이는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 또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까
80쪽
온갖 새들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어
→ 온갖 새가 하루를 알려
→ 온갖 새가 아침을 알려
95쪽
아무 걱정 없이 풍족한 식사를 할 수 있겠구나
→ 아무 걱정 없이 넉넉히 먹을 수 있겠구나
→ 아무 걱정 없이 푸짐히 먹을 수 있겠구나
99쪽
로드킬로 죽는 개체는 1년에 약
→ 길에서 죽는 몸은 해마다
→ 길죽음인 낱낱은 한 해에
→ 벼락죽임인 목숨은 해마다
10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