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6.8. 허덕허덕 무릎셈틀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지난 2024년 7월 21일에 무릎셈틀이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태 앞서 2022년 12월에는 자리셈틀(데스크탑)이 숨을 거두었습니다. 자리셈틀이 숨을 거둘 적에는 휘청였고, 무릎셈틀이 숨을 거둘 적에는 새로 장만할 살림돈이 없어서 헌것을 겨우 장만했습니다. 그런데 헌것으로 장만한 무릎셈틀은 내내 말썽이었습니다. 전남 광주에 있는 셈틀집에서는 “잘 쓸 만한 좋은 것”을 판다고 말씀하셨지만, 무게는 가볍되 영 쓸 만하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렇더라도 내가 이 아이를 살뜰히 돌보면서 즐겁게 짊어지고 다니면 바뀌리라 여겼는데, 집에서 쓰는 여느 살림과는 다르게 좀처럼 살아나지 못 합니다. 고흥에서 인천까지 들고 와서 저녁에 길손집에서 글을 쓰려고 하는데 자꾸 멎습니다. 닷판째 끄고 켜기를 되풀이하다가 그만둡니다. 마침 길손집에 자리셈틀이 있기에, 이 자리셈틀을 켜서 씁니다.
새삼스레 겪어 보아야 할 노릇이기에 “안 멀쩡한 무릎셈틀”을 속아서 샀다고 할 만합니다. 살림돈이 빠듯하다는 핑계를 앞세우면서 목돈을 못 모은 탓을 남한테 돌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땅거미가 지고서 한밤으로 나아가지만, 멧새가 들려주는 노랫가락이 없는 큰고장 한복판에서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인천뿐 아니라 부산과 서울과 광주와 대구와 대전에서도 밤에는 밤새가 베푸는 노래를 못 듣습니다. 두멧시골 우리집에서는 하루 내내 멧새노래를 들을 뿐 아니라, 깊새벽과 이른새벽과 이른아침과 아침과 한낮과 낮과 늦은낮과 이른저녁과 어스름과 저녁과 앞밤과 한밤에 따라서 늘 다르게 울려퍼지는 새소리를 맞아들입니다. 하루 내내 늘 다르게 새소리를 듣다가, 아무런 새소리가 없다고 할 만한 큰고장으로 나오면 “참말로 징하구마잉”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새 한 마리조차 제대로 못 깃드는 터전이라면, 어른도 아이도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요?
경기 성남시에서는 비둘기한테 먹이를 주는 사람한테 값을 톡톡히 매기겠다고 하는군요. 성남시뿐 아니라 적잖은 곳에서는 비둘기이건 작은새이건 큰새이건 먹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우리 겨레뿐 아니라 푸른별 온겨레는 먼먼 옛날부터 겨울이건 가을이건 봄이건 여름이건, 새하고 삶터를 나누어서 누렸고, 먹이도 으레 나누었어요. 우리는 어쩌다가 새 한 마리하고 삶터와 먹이를 못 나누는 갑갑하고 속좁은 굴레에 스스로 갇히는지 안쓰럽습니다.
새가 날기에 나무가 푸릅니다. 새가 사라지면 나무는 메말라 죽습니다. 새가 노래하기에 풀꽃이 싱그럽습니다. 새가 사라지면 풀꽃도 메말라 죽습니다. 사람이 아무리 거름이며 뭘 주더라도 새가 사라지면 풀꽃나무를 못 살립니다. 더구나 새가 사라지면 ‘비닐집’은 어찌저찌 돌리더라도 해바람비로 일구는 모든 논밭은 죽어버리게 마련입니다.
무릎셈틀 하나 멀쩡하게 새로 장만하지 못 하며 가난한 주제에 새를 걱정하고 푸른별을 근심하고 서울과 큰고장을 딱하게 여긴다니, 여러모로 바보스럽구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여태 바보스레 살아왔으니, 바라보는 눈도 글을 여미는 손끝도 늘 바보스러울 테지요.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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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