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해보면 안다 : 해보면 누구나 안다. 그러나, 안 해보았으니 모를 뿐이다. 우리는 ‘모른다’고 말할 수 없고, 말할 까닭이 없다. ‘모른다’고 뱉는 말이란, 그야말로 핑계에 달아나려는 꿍꿍이로 읊는 소리이다. 우리가 할 말이란 “해보았다.” 하나하고 “안 해보았다.” 둘이다. 해보고도 모른다면, 아직 덜 해보았다는 뜻이다. 알 때까지 해보아야 안다. 알 때까지 안 해보았으니 모른다. 다시 말하자면, 알 때까지 읽고 보아야 아는데, 알 때까지 거듭거듭 읽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요즈음 사람들은 책이나 영화를 고작 ‘1벌 슥 스치듯 훑기’만 하고서 ‘읽었다’는 뻥을 친다. 슥 스치듯 1벌을 훑고서 어떻게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몇 쪽 몇쨋줄에 무슨 글이 있다고 ‘외우기’는 ‘읽기’가 아니다. ‘읽기’란, 책마다 다 다르게 흐르는 이야기와 줄거리를 글쓴이와 나 사이에 이어서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생각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읽었다면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읽었으니 스스로 일어설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책만 사서 ‘훍’은 몸이라면, “안 해보았다.”고 해야 맞다. 글이나 노래(시)를 못 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쓰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요, 스스로 제 이야기를 고스란히 쓰려고도 안 했을 뿐이다. 2025.4.2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