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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獨子)적인 독자(讀者)
  • 탄소라는 세계
  • 폴 호컨
  • 17,820원 (10%990)
  • 2025-09-02
  • : 1,455










4점  ★★★★  A-






지구는 모든 생명체가 춤을 추는 거대한 무대이다. 생명력이 넘실대는 지구는 46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 인간은 30만 년 전부터 지구에서 생명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46억 년 지구의 나이를 하루 24시간으로 표현한다면, 인간은 23시 59분 55초에 등장했다. 인간이 생명의 춤을 춘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을 슬기로운 춤꾼(Homo sapiens)이라고 주장한다. 


자연의 무대에 뒤늦게 오른 인간은 백업 댄서에 가깝다. 하지만 거만한 인간은 무대를 독차지하려고 오래전부터 생명의 춤을 춘 동물과 식물, 곤충을 쫓아냈다. 오늘날 지구는 인간의 독무대가 되었다. 인간의 춤 욕심은 끝이 없다. 춤을 더 잘 추고 싶어서 자기 입맛에 맞게 무대를 개조한다. 무대 위에 솟은 산을 깎고, 무대 위에 자란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낸다. 자연의 무대에 인간이 무수히 남긴 흔적들만 있다. 생명의 독무(獨舞)에 열중한 인간은 지저분한 지구를 청소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짓밟힌 지구가 위태롭다. 심하게 망가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춤을 잘 추려면 안무가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아주 작은 안무가를 잘 만나서 생명의 춤을 출 수 있었다. 생명의 춤을 추게 만드는 안무가는 생명체 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안무가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비밀에 싸인 생명의 춤꾼인 안무가의 정체는 ‘탄소(carbon)’다.









《탄소라는 세계》는 재능이 많은 생명의 춤꾼 탄소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탄소는 지구와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원소이다. 탄소가 없으면 지구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되어 있을 것이다. 탄소가 없는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메마른 무대다. 그곳에 죽음의 춤(the dance of death)이 펼쳐진다. 탄소는 바지런하다. 생명체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run). 인간의 세포 한 개에 약 1조 2,000억 개의 탄소 원자가 있다. 저자가 인용한 탄소의 춤(the dance of carbon)은 시들해진 생명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생명의 춤꾼 탄소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알려준다. 첫 번째 교훈,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춤을 추지 말기. 탄소는 공평하다. 모든 생명체는 탄소를 만나고, 죽을 때까지 탄소와 더불어 살아간다. 생명체가 죽고 나면 탄소는 또 다른 생명체를 만든다. 생명의 춤을 추는 모든 존재는 탄소를 공유한다. 두 번째 교훈, 서로 돕고 살아가면서 춤추기. 인간보다 먼저 생명의 춤을 춘 동식물은 자신과 다른 종(種)들과 협력하면서 살았다. 곤충은 꽃가루를 퍼뜨리는 생명체다. 곤충 덕분에 식물은 열매를 맺고, 씨앗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곤충을 피하는 인간의 독무가 길어질수록 자연의 무대 위에 있어야 할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 곤충의 도움을 받지 못한 식물은 생명의 춤을 추지 못한다. 식물이 멸종하면 그 식물을 먹고 살아야 할 동물과 인간도 멸종하고 죽음의 춤을 추게 된다.


인간이 하도 춤을 춰서 망가진 지구가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온실가스가 생겨서 지구온난화 현상이 지속된다. 자신이 슬기롭다고 착각하는 춤꾼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탄소를 지목한다. 지구를 청소하는 환경 운동가들은 탄소와 이산화탄소를 뭉뚱그려서 온실가스라고 주장한다.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생명의 춤꾼은 오해로 둘러싸여 있다. 안무가의 은혜를 모르는 인간은 생명의 독무를 고집한다. 지구가 건강해지려면 모든 생명체가 아울러 춤추는 합동 공연이 이루어져야 한다. 생명 다양성은 인간, 동물, 식물, 곤충,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이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추는 춤이다. 탄소의 춤을 방해하고, 이기적인 생명의 독무(獨舞)를 유도하는 무지의 독무(毒霧)는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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