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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 자리에 찾아온 것들



비우고 나니, 처음엔 텅 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비운 그 자리로 작은 것들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햇살 한 줄기, 창가에 걸린 바람 소리 그리고 고요함.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비운 건 물건이 아니라 소음이었구나.

내가 버린 건 생각이 아니라 잡념이었구나.

진짜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다만 내가 너무 많은 것으로 둘러싸여 보지 못했을 뿐이었구나!


비움이란, 결국 본질과 만나는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 제게 조용히 다시 물어봅니다.

과연 무엇이 진짜 필요한 걸까?

그리고 무엇을 더 비워내야 할까?


공간은 여전히 한정되어 있고 생각은 여전히 끝없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비우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라는 것을요.


선택적으로 담고 의식적으로 버리는 것.

그것이 아마도, 진정한 삶의 기술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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