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쓰는가
저자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2025-05-01
원제 : Why I Write
에세이 > 외국에세이
인문학 > 글쓰기
글을 쓴다는 것은, 끝내 진실 앞에 자신을 데려가는 일이다.
■ 책 속 밑줄
"나는 나를 만들기 위해 글을 쓴다."
오웰은 글쓰기의 동기를 네 가지로 나눈다.
순수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그 중 무엇이건, 글쓰기란 결국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내가 말하는 '민족주의'는, 인류를 곤충 분류하듯 나눌 수 있으며 수백만이나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싸잡아 좋으니 나쁘니 하는 딱지를 붙일 수 있다고 여기는 모든 습성을 뜻한다. 그런가 하면 둘째로는(이게 훨씬 더 중요하다) 자신을 단일한 나라 또는 다른 집단과 동일시하되, 그것을 선악을 초월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만이 전부라고 여기는 습성을 뜻한다. 그리고 민족주의를 애국주의와 혼동해선 안 된다. 두 단어 모두 대개 아주 모호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정의든 시도해볼 수 있겠지만, 둘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우리 마음의 일부는 인간이 고귀한 동물이며 삶은 살 만한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적어도 이따금씩은 존재의 끔찍스러움에 아연실색하는 일종의 내적 자아 같은 게 있는 것이다. 참으로 묘하게도, 쾌락과 혐오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의 신체는 아름답다. 그런가 하면 인체는 역겹고 우스꽝스럽기도 한데, 이는 아무 수영장에나 가보면 확실히 검증할 수 있는 사실이다.
나는 다만 지금 우리가 정치적 충심과 문학적 충심 사이에 그어둔 선을 보다 선명하게 긋자는 것이다. 그리고 비위에 거슬리지만 해야 하는 어떤 일을 기꺼이 한다고 해서 그런 일에 따르기 마련인 신념을 무턱대고 받아들일 의무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가 정치에 관여할 때는 일반 시민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관여해야지 ‘작가로서’ 그래서는 안 된다. 나는 작가가 예민하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와 관련된 지저분한 일을 기피할 권리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른 어느 누구와도 마찬가지로, 그는 찬바람 새는 회관에서 연설을 하고, 길바닥에 분필로 글을 쓰고, 투표를 호소하고, 전단을 나눠주고, 심지어 필요하다 싶으면 내전에 참가할 각오도 되어 있어야 한다. 단, 자기 당에 대한 봉사로 다른 건 무엇이든 해도 좋지만 당을 위해 글을 쓰는 것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글쓰기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향해, 그리고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말을 쓴다는 건, 결국 자기 감각을 확장하는 일이다.
■ 끌림의 이유
『나는 왜 쓰는가』는 작가 조지 오웰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글쓰기라는 행위에 대한 철저한 해부입니다.
그는 어떤 이상도 미화하지 않고 자신이 글을 써온 내면적 동기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자기 자신을 고백하는 동시에 독자에게도 조용한 질문을 던지지요.
"당신은 왜 쓰고 있나요?"
"당신은 왜,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말하고 있나요?"
오웰의 문장은 담백하지만 묵직합니다.
그 속에는 스스로를 향한 비판, 시대를 향한 직시 그리고 진실 앞에서 단 한 번도 피하지 않으려는 문장가의 고집이 느껴집니다.
■ 간밤의 단상
나는 왜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짧게 쓰더라도 단정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왜 쓰는가』는 그런 질문들을 더 이상 미루지 못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삶을 읽히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동안 제 글이 얼마나 많은 수식과 회피로 가려져 있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말이 많을수록 본질은 흐려지고 글이 화려할수록 진심은 멀어질 수 있습니다.
저자는 그런 위험을 알기에 자기 검열이 아닌 자기 직면의 글쓰기를 책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쓰는 이 문장조차도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믿음일 수 있을까요?
오늘 새벽, 글쓰기가 다시 제 방향을 묻는 나침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조용히 생각해보았습니다.
■ 건넴의 대상
글을 쓰고 싶은 분
자기 안의 언어를 직면하고 싶은 분
진실 앞에서 말하는 용기를 배우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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