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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_하나



조금 천천히 걸어도 괜찮아



봄의 끝자락에 선 우리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 따뜻함 속에는 어느새 여름의 기척이 스며들고 있지요.

변화의 경계선 위에서, 우리는 어쩐지 발걸음을 재촉하게 됩니다.

봄을 놓치지 않으려는 안타까움과 다가오는 여름을 향한 어렴풋한 두려움 그리고 모든 것을 때맞춰 이뤄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들이 하루를 조용히 흔듭니다.


문득 멈추어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과연 그렇게까지 서둘러야 할까?

그러자 봄이 조용하게 말을 건넵니다.

"조금 천천히 걸어도 괜찮아."


꽃은 서두르게 피지 않습니다.

바람도 성급히 불지 않습니다.

자연은 언제나 스스로의 속도를 지키며 흐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도 숨가쁘게 살아가려 애쓰는 걸까요?


일상은 늘 큰 목표를 요구합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그 속도에 몰두할수록 우리는 결국 의미를 놓치게 됩니다.


조금만 고개를 들고 주변을 바라보세요.

분주한 사람들 속에서도 느린 발걸음으로 스스로를 돌보는 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조급함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풍경을 걷고 있습니다.

그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그 여정은 누구보다 단단합니다.


조금 천천히 걸어도 괜찮습니다.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놓치고 있는 작은 것들에 마음을 기울여 보세요.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스치는 바람 한 줄기, 흐르는 빛 한 조각.

평범하고 소박해도 잠시 귀를 기울이다보면 우리 삶은 비로소 다시 숨을 쉬게 될 것입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듯, 인생의 계절들도 어김없이 바뀌어갑니다.

그 변화 앞에서 우리는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그렇게 인생의 계절은 계속 흐를테니깐요.


천천히 걸어도 괜찮습니다.

서둘러 가지 않아도 우리는 결국 우리만의 속도로 그곳에 도달할 것입니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숨 쉬고, 어떻게 살아내는지가 중요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당신만의 속도로 걸어가세요.

그리고 봄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자신에게 속삭여 주세요.


"괜찮아. 조금 더 천천히 가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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