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방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물건들, 쓰임을 잃은 채 자리를 차지한 가구,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채 수납장 깊숙이 잠든 물건들. 마음이 무거워지는 그 순간, 이 책을 만났습니다.
『좋아하는 물건과 가볍게 살고 싶어』는 미니멀 라이프라는 낯선 길을 걸으며 하나씩 삶을 정돈해나간 사람의 따뜻한 기록입니다. 작가 밀리카는 물건이 넘쳐나는 공간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가던 시간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것들만 남긴 채 새로운 삶의 무게를 조율해나갑니다.
책을 펼치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돈된 집이 나를 돌본다’는 메시지입니다. 물건이 줄어들수록 바닥의 여백이 보이고, 햇살이 깊숙이 들어옵니다. 물건에 가려 미처 알지 못했던 집의 아름다움이 비로소 드러나고, 공간은 더 이상 수납이 아닌 회복의 장소가 됩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애쓰지 않아도 정갈해지는 집’을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무조건적인 비움이나 절제보다는,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물건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물건을 줄인다는 건 무엇을 버리는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이었음을 느낍니다.
또한 이 책은 물건에 국한된 이야기를 넘어서 삶 전반으로 시선을 확장시켜 줍니다. 정리와 비움은 인간관계, 소비 습관, 시간 사용에도 고스란히 연결됩니다. 꾸준히 자신과 공간을 들여다보는 일상의 루틴은,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삶의 태도를 제안합니다.
작가는 미니멀리스트 남편과 함께 결혼을 준비하며, 캐리어 세 개로 이사할 수 있을 만큼 삶의 무게를 덜어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자랑이 아닙니다. 비움이 곧 가능성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편의 진심 어린 일기입니다.
책의 말미에서는 친환경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는 생활 방식도 소개됩니다. 제로 웨이스트, 다회용기 사용, 기부 등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변화들이 등장합니다. 불편함을 감수한 절제가 아니라, 지구를 배려하는 사려 깊은 생활 습관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읽는 내내 느꼈던 감정은 '따뜻한 설득'이었습니다. 강요도, 비판도 없습니다. 그저 작가의 변화를 통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나는 지금 내 공간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말 저에게 지금 이순간! 가장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책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