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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 창의성을 지휘하라
  •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 19,800원 (10%1,100)
  • 2025-01-21
  • : 61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창의성을 지휘하라’라는 한 줄에 내가 추구해온 모든 방향이 담긴 듯했다. 문예 창작을 전공하고, 노랫말을 쓰고, 시를 쓰며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창의력이라는 불확실한 에너지를 키우려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렇기에 그 에너지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지켜내고, 때론 어떻게 키워야 할지를 다룬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책은 픽사의 공동 창립자 에드 캣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단순한 경영 철학을 넘어서 창의적인 환경을 어떻게 유지하고, 조직 속에서 창의력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읽다 보면 ‘나중에 내가 회사에서 팀을 만들게 된다면’ 혹은 ‘나의 작업 환경을 구성하게 된다면’ 이 책의 가르침은 도움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내 상황에서 바로 적용하기엔 조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픽사 같은 거대한 조직의 이야기, 프로덕션 시스템, 리더십 구조 등은 현재는 경제적인 활동은 하지 않고, 혼자 소소한 작업을 하고 있는 내게는 다소 큰 그림이었지만... ‘앞으로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태도와 주의점들이 차곡차곡 적혀 있었다.

  책의 핵심은 단순히 ‘창의적인 사람이 되라’가 아니라 ‘창의적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있었다. 창의성은 천재 한 명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피드백과 실패, 실수, 그리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 속에서 조금씩 다듬어지는 것이라는 사실. 이 부분이 깊게 와닿았다. 

  분명 문제가 있음을 여러 사람이 제안을 해주는데도 그 조언들을 무시하며 자신만의 길을 가는 이를 가까이서 봤다. 분명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조언을 해줬으나 자신의 신념이 너무 강했고, 타인의 의견은 방해가 되는 일이라 생각했나 보다. 사람은 하나 둘 떠나갔고, 지금은 서서히 고사되고 있는 상황이다.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하고, 모든 게 자신의 감정에 따라 흘러간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전제나, ‘누군가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저자는 말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오히려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창의성의 기반이라고.

  친하다 생각했기에 너무 막 대하거나 상대방 보다는 자신 위주의 생각으로 일을 진행하며 주위를 배려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음을 인지했다면 좋았을텐데... 자신에게 익숙한 상황들이었기에 실패를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지인에게는 두려움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 ‘솔직한 피드백의 문화’를 강조하는 부분이었다. 픽사는 ‘브레인 트러스트’라는 시스템을 통해 서로의 작업물을 신랄하게 피드백하지만, 그 모든 대화의 전제는 ‘상대방을 향한 존중’이었다. 창작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피드백이 아니라, 피드백을 가장한 무례와 조롱이다. 이 점에서 나도 앞으로 누군가와 협업을 하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할지를 배울 수 있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조직’이라는 키워드가 점점 더 중심에 놓이긴 하지만, 그 안에도 여전히 ‘창작자 개인의 고뇌’가 묻어난다. 조직을 위해 창의성을 희생하지 않으려는 사람, 그 안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들. 결국, 창의성은 사람의 문제였고, 감정의 문제였다.


  ‘창의성을 지휘하라’는 제목은 어느 날 나에게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지금은 혼자이고 일을 도모하고 있지만, 언젠가 나도 누군가와 함께 창작을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끌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때는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보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될 테니... 그리고 그때, 이 책을 떠올리지 않을까?

  당장은 내 작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내가 앞으로 어떤 예술가, 어떤 크리에이터,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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