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일간 미술관에서 외국어 공부하기

저성장 시대의 트렌드는 두 개 소분 판매와 저변 넓히기다. 작게 나누어 팔고, 종합 선물 세트를 판다.


카페에선 케이크1호를 8등분하고

마트에선 과일 1통을 잘라 랩으로 싸고

치킨도 1인1치킨에서 반마리

피자도 조각으로 나눈다.


양적 분류뿐 아니라 테마로 나누기도 하는데

치킨의 윙봉콤보, 시즈닝 개별판매 등이 있다.


F&B뿐 아니라 교육서비스도 그렇다.

이전에는 수능강사가 방학특강에서 전단원을 빠르게 훑어주었다면

개념-심화-문풀로 트랙화해서 쪼개팔다가

이제는 단원이나 고비중 문제, 내신범위를 기준으로 강좌를 세분화해 판매한다.

물리의 역학, 생명과학의 유전, 화학의 반응식과 산화환원, 수학의 삼각함수, 내용은 쉬운데 문풀이 어렵고 단원에는 없는데 평가원 개발 문제로 재해석된 사회문화의 도표같이


영화관도 고자본 할리우드 외국영화를 틀어주는 멀티플렉스와 독립영화관으로 나뉘고 이제 넷플 틀어주는 10좌석 남짓 까페형, 진화된 DVD룸이 우후죽순 생길 것이다. 고가 슈퍼컴에서 개인컴 PC가 내려와 PC방 붐을 알렸다


집에서 노트북으로 보기엔 아쉽고 반려견, 빨래, 전화, 주변소음, 문득 떠오른 할 것 등으로 방해되니까 어디라도 가서 여러 사람과 함께 앉아 2시간은 집중하고 싶은데 멀티플렉스는 너무 멀고 해서 조그마한


정말 가능할까? 대형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사면 된 것을 북토크 제공해 마을만들기를 중심으로하는 독립서점이 근근히 영업하고 있다는 점, 집에서 공부하면 될 것을 굳이 거실을 아웃소싱한 까페에 나가서 일하는 성인, 까페 소음이 시끄러워서 돈 내고 스카가는 청소년을 생각해보면 모델의 적합성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선 역사의 쓰레기 시간이라는 말이 있는데 돈 놓고 돈 먹는 급성장 투자의 사이클이 끝나면 웹툰 웹소설 무협지나 읽으면서 존버하는, 버리는 시간이라는 의미다. 저성장 시대의 현상이다. 인도나 베트남처럼 탄탄한 청년 인구를 바탕으로 모두가 으쌰으쌰해서 시대풍경을 바꾸어나가고 시간이 지나며 열심히 일하는 누구에게 자산과 집이 생기는 성장시대가 지난 한국, 일본 등에선 1인 가구가 엔터,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산다. 일본이 먼저 저성장 30년을 겪었고 한국이 이제 뒤따라 간다. 조금 더 가파른 인구절벽과 더 부족한 경제력과 거덜난 외화 곳간이기에 조금 더 빠르고 급격하게.


옛날 30대는 결혼해서 가족있고 차끌고 고향에 내려와 인사드리던 사람들이었는데 지금 30대는 스마트폰으로 숏츠보면서 집에 박혀있는 히키코모리가 되는 것도 이런 사회경제적, 시대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저성장 시대의 저임금 1인 가구를 배경으로 소분 전략이 유효하다. 일본처럼 편의점 간편식은 더 성황할 것이다. 사실 기업은 소분 판매가 단가 마진율은 높다. 다 팔린다는 가정하에. 대가구가 박리다매해서 나누어 먹는 것보다, 개인이 하나씩 사는 게 더 비싸다. 만원짜리 과일을 8등분해 2천원에 판매하면 기업은 6천원이 이득. 그러나 개인은 당장 가처분 소득에서 2천원밖에 낼 돈이 없다. 다이소도 개인이 주머니에서 신경쓰지 않고 쓰는 몇 백원을 싹 쓸어 모아 장부상에서 몇 억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 아편은 오락이라 했다. 저성장 시대에 엔터산업은 더 확대될 것이다. 미국힙합제왕이자 비욘세 남편인 프로듀서 제이지가 한화와 손 잡고 7천억원 투자한다고 하는 기사를 읽었다. 25년 한국경제성장률은 대략 1.8% 내외에 죽을 쑤는 석유화학철강을 반도체 붐이 막아주고 있다. 엔터산업은 35년까지 연평균 6-7% 성장한다.


종합선물세트란 이것저것 다 파는 김밥천국전략이다. 외적 저변을 확대하는 넝쿨 전략이다. 피자집에서 냉동파스타 끼워팔고 치킨도 판다. 치킨집에서 피자를 판다. 버거집에서 치킨도 커피도 판다. 일본 미스터도넛은 면도 판다. 까페는 공부나 일도 할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 기능을 겸한다. OTT에서 게임도 한다. 


한 가지만 팔 수 없고 이것저것 다 팔아야한다. 사람도 N잡러가 되지만 기업도 N잡을 해서 파이프라인을 다변화해서 수익을 극대화해야한다. 플랫폼에 들어온 소비자의 체류시간 동안 최대한 돈을 채굴해야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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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댓글

이 배경에는 한 가지 의미가 더 있는데, 생필품이나 매일 돈이 나가는 것은 최대한 아끼고 모은 돈 (혹은 대출한 돈으로) 가장 의미 있는 소비품목에 몰빵합니다. 삼각김밥 먹으며 알바를 하는 덕후일수록 최애 캐릭터 고가 피규어를 삽니다. 1년에 1번 구매하는 굿즈, 한정판을 위해 뭉칫돈을 쓰고 다른데서 아끼는거죠. 이화여대 학생들도(학생은 대개 돈이 없음) 스벅에서 커피를 마시고 점심은 김밥으로 떼우는 데 비슷한 전략이예요. 정말 자기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에 몰빵하는거죠. 돈이 없을 수록 그래요. 미국도 저소득층일수록 빚내서 최신 사양 초거대 스크린 TV를 사는데 그냥 집에서 온갖 드라마, 영화를 보는 게 최선의 소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나가면 다 돈이고, 외식 물가 너무 비싸고 팁도 강탈당하고, 어디 나가서 뭐 보려면 차가 필요하고 차유지비와 세금 너무 비싸고 하니까 돈 없이 건강한 레져를 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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