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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미술관에서 외국어 공부하기
<시청각>
글을매일씁니다  2025/04/27 19:18

시청각에 다녀왔다


시청각은 옛날에는 종로 자하문로 한옥에 위치해 있었는데 지금은 효창공원역 근처 고지대 빌라 1층으로 이전했다. 시청각을 알게 된 계기는 이렇다. 올해 두산갤러리 아트랩전에서 전시장에 대한 메타인지를 다루는 노송희의 3D 영상작품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작품 안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박사논문의 저자가 현시원이라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굳이 건축CAD로 만든 영상작품 안에 논문의 물성을 구현해 책장에 배치해두었으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돌아와 현시원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박사논문을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박사주제 역시 전시공간 운영의 매체성이고 대상작가가 노송희였다. 이것은 뫼비우스의 띠인가? 현시원이 독립기획자로서 운영했던 장소가 시청각이라고 하여서 이후 몇 번 찾아가보았다. 두 사람 모두 전시도면과 아카이빙의 중요성에 대해 천착하고 있는 듯하다


쉽게 비유하자면 여행을 예시삼을 수 있다. 어떤 이는 여행가서 현지사람을 만나고 현지음식을 먹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해 사진을 찍어 브이로그를 만든다. 그런데 여행을 너무 많이 다니게 되면 어느 순간 여행지에 대한 비교하는 가이드북을 쓰고 싶어지기도 하고 장소, 일정, 소비내역 등을 정리해 트래블로그를 만들기도 한다


전시를 한 달에 한 두번 다닌다면 화제가 되는 전시장에 가서 예쁜 사진찍고 인스타에 올려 좋아요수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흐뭇해 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지만, 전시를 많이 다니거나 전시장을 운영해보게 되면 전시장과 작품의 관계, 복수의 전시에 대한 정교한 비교, 각 작가의 특징에 대한 섬세한 분석 그리고 무엇보다 시계열적 아카이빙에 눈을 뜨게 되기 마련이다


전시, 여행도 그렇고, 영화, 애니감상뿐 아니라 피규어, 오디오, 광물, 수석, 분재수집도 모두 큰 틀에서는 같은 화두를 공유하고 있다. 시니피앙은 달라도 시니피에는 같은 셈. 개별 주제는 달라도 총체적 프레임은 일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시청각의 전시는 홍보를 하지 않아 종종 찾아봐야한다. 관심있는 자가 유념해서 소중한 경험을 제때 추수해야한다. 마케팅비를 써서 홍보하는 전시처럼 다종의 SNS에 올라오지 않고, 일본미술관처럼 연간 스케쥴이 나와있지도 않아 일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마치 빨래 돌려놓고 다른 업무를 보면서도 머리 속 저 한 켠에 그 사실을 잊지않고 있듯이, 젖병 삶아놓고 한소끔 끓는 동안 냄비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일은 거의 없고 다른 일을 하게 되는데 불 내지 않기 위한 반반의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듯이, 그런 마음으로 가끔씩 들어가서 확인해봐야한다. 지난 번엔 5일 잠깐 치고 빠지는 도둑전시를 했다. 한국어가 유창한 홋카이도 출신 비평가 콘노유키가 기획한 유빙이었다. 지금은 겉으로는 아동용전시지만, 주제의식은 어른용인, 캔버스에 바퀴를 달고 싶어, 이은 개인전을 하고 있다


잠깐 검색해봤더니 현시원은 오래 독립큐레이터를 하다(비정규직의 불안정한 삶을 영위하다) 올해 3월부로 연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조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불사지체의 전단계를 얻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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