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간이 만든 작업물은 유리된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작가는 글을 쓰는데
작품과 나는 별개의 존재다
작품에 대한 찬사가 자신에 대한 칭찬은 아니고
작품내용이 자서전도 아니며
주인공이나 대상이 반드시 만든 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국가도 정교분리를 해야하듯
제작자도 작품-자아 분리를 해야한다
감상자 역시 작품에 감정이입하면 곤란하다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와 배우 자신을 동일시하게 될 우려가 있다
선역이면 그나마 낫지만 악역일 경우엔
시골에서 할마씨들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게 될 공산이 있다
"너 그렇게 사는거 아냐!"
깃발이 펄럭인다
펄럭이는 사건은 펄럭이고난 다음 어디로 간 걸까?
펄럭이는 순간은 깃발의 것인가?
배우는 얼굴근육 운용전문가이자 감정의 테크니션으로서
연기를 펼친다
연기를 펼친 순간은 그 다음 어디로 간걸까?
카메라로 녹화하지 않으면 근육의 움직임, 미묘한 표정변화는 사라진다
그 연기의 순간은 배우의 것인가?
배우가 가질 수 있는 것인가?
연기와 배우가 유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