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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나~
  • 창조적 영감에 관하여
  • 머리나 밴줄렌
  • 16,200원 (10%900)
  • 2025-06-04
  • : 4,110


산만함에 깃들여 있는 풍요로움, 역설적인 이야기다. 집중과 몰입이 대세인 시대에 산만함이라니, 그것도 산만하면 풍요롭다니 앞뒤가 많지 않은 말이 우리의 생각을 뒤엎는다. 니체는 한가로이 산책을 하면서 삶의 영혼을 붙잡았다고 한다. 지금 세대가 니체의 철학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그가 세상을 멀리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때론 집중이 인간을 힘들게 한다. 우린 쉼과 여유 그리고 산만함이 필요하다. 삶의 시간을 바꿀 때 생의 방향이 결정되기도 한다.

 

왜 우린 몰입에 집중하는 것일까? 집중하지 못하면 질병이라고까지 판단한다. 무엇이든 집중이 필요하지만 필요이상의 집중은 고착과 집념이 된다. 간혹,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며 일상을 벗어난 일탈이 필요하다. 무의식은 기억에 갇힌 자유를 갈망한다. 위대한 철학가와 사상가들은 일탈을 충고한다. 우린 빠름을 미학으로 알고 즉답을 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느림의 미학이 무엇을 가져다줄지 상상하지 않는다. 철학은 시간과 숙성이 필요하다. 철학이 부재한 시대, 삶은 가쁜 경고를 보낸다. 산만함이 주는 메시지는 삶의 여유와 내면의 통찰이다.

 

느림은 적일까? 권태는 일상을 무너뜨릴까? 왜 홀로 있는 시간을 그토록 힘들고 어려워하는 것일까? 내면적 고통은 자신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평생 연구에만 매진했던 다윈은 진화론에 집중한 결과 비선형적인 사고가 무너졌으며, 음악과 셰익스피어를 잃어버렸다고 고백한다. 그는 위대한 업적 대신 자신의 잃어버렸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음악과 문학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외침이 너무 안타깝다. 뇌는 집중 못지않게 심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기계적인 사실만을 도출하는 사고엔 영혼의 아름다움을 만나기 어렵다.

 

수상록은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는다. 몽테뉴는 자유롭고 불확실한 사유 속에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폭넓은 사유와 통찰을 보여주었다. 선형적 사고는 원인과 결과가 일치한다. 하지만 세상은 선형적사고만으로 구상할 수 없다. 오히려 다채로운 현상이 다양한 경험을 가능케 한다. 수상록의 결론은 독자에게 있다. 답을 바란다면 순전히 그의 몫이다. 자유롭고 변화무쌍한 상상력이 수상록의 진가다. 가치 있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말과 담론이 자유로이 오갈 때 민족, 자유, 평등과 같은 단어들이 움직인다고 말한다. 산만함과 집중력의 상호작용, 그 열려있는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산만함의 핵심은 만족지연에 있다. 이는 데이비드 흄의 사상과도 일치한다. 그는 노동만큼이나 여가를 중시하였고 사색과 휴식하는 뇌의 균형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흄은 한가로운 시간이 훨씬 중요함을 강조한다.

 

본서는 키르케고르, 니체, 몽테뉴, 흄, 그리고 들뢰즈, 롤랑바르트, 가스통 바슐라르의 문헌등을 통해 산만함과 사색, 몽상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아이러니한 것은 읽을수록 산만함의 내용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만함은 재미와 흥미를 가져온다, 강박과 부담이 가득한 집중으로부터의 일탈이다. 우리 주변엔 자신을 기다리는 수많은 산만함이 산재해있다. 게으르면 어떻고 느리면 어떻겠는가? 인생의 재미는 흔들림에 있다. 마음을 짓누르는 짐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그 창조적 영감을 만나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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