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에 말을 걸다. 자연의 법칙이 물리학을 창시했듯이 물리학을 가능케 한 것은 질서와 규칙을 기반으로 한 수학이다. 수학자들은 수의 아름다움과 정교함 그리고 단순함과 복잡함에 매료되었다. 세상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보이지 않는 질서와 규칙의 지배를 받는다. 수학은 세상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다. 수학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세상은 지금과는 전혀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세상엔 수학이 숨겨있다. 단순한 공식에서 벗어난 수학, 자연의 숨긴 비밀을 수학은 어떤 방법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 수학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수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관점이 필요한 시기다.
1997년 뉴멕시코 산타페에 세계 각처의 유수한 젊은이들이 모였다. 이들은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을 지닌 차세대 리더들로 수학, 물리학, 철학, 컴퓨터과학, 생태학, 생물학등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었다. 지금이야 통섭이란 주제로 쉽게 학문적 경계를 넘나들지만 당시로선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과정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학문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여름학교의 주제는 복잡계 이론이었다. 선형이론이 중심이었던 당시에 복잡계는 무척 난해한 주제였고 서로간의 충돌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이들에겐 예측 불가능한 미래가 놓여있었다. 복잡계는 자신의 학문뿐만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통계의 오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특히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여론조사는 질문과 방법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여준다. 대다수 시민은 미디어와 언론의 정보를 조건 없이 받아들인다. 통계를 통한 여론조작은 시스템의 난제를 보여준다. 이를 최초로 증거한 이가 로날드 피셔다. 천재적 재능을 지녔지만 사회로부터 왜면 받았던 피셔는 우생학에 몰두하고 지능과 성취의 차이를 인종적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그릇된 이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통계학의 기초를 다지고 실질학문의 중심을 이끌었지만 잘못된 통계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준 인물이다. 통계는 언제든 남용될 수 있기에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데이터에 대한 편향과 결정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고 잘못된 질문과 방법을 통찰해야한다. 통계는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
건강에 대해선 놀라우리만치 사고의 전환이 빠르지만 생각은 평생 같은 곳에 머무른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삶의 방향을 좌우한다. 그런데 우리의 감각과 생각, 행동이 네 가지 범주에 속하고 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 이가 있다. 이론 물리학자이자 셀룰러 오토마타라는 난해적 수학모델을 연구했던 천재 스티븐 울프럼이다. 울프럼은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모든 것은 안정적 시스템, 주기적 시스템, 카오스, 복잡계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안정적 시스템은 선형이론으로 평형상태에 도달하면 그 상태를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주기적 시스템은 반복적인 패턴을 보여준다. 카오스는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그리고 다양한 구성들이 전체로 발현될 때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는 복잡계다. 울프럼은 생명체와 우주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가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통할은 수학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
본서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수학의 위로다. 딱딱하고 규정에 얽매인 수학이 어떻게 삶속에서 펼쳐지는지 확률과 함수, 미분등을 이용해 풀어나간다. 저자는 다양한 학문적 기저를 통해 스스로에 주어진 과제를 통섭적으로 이해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모형을 제시한다. 그는 울프럼의 네 가지 가설을 변형하여 통계적사고, 상호작용적 사고, 카오스, 복잡계적 사고로 구분하는데 각 장의 이론과 실증을 통해 수학적 이해와 오류 그리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선보인다. 통계는 실질적으로 세상을 지배한다. 미디어와 언론의 무분별한 통계수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지에 따라 삶의 조건이 달라진다.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전염과 부분의 합보다 큰 전체, 사고방식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카오스를 이해하기 위해서 무작위성에 대비해야하며 끝없이 질문하는 것만이 확장하는 엔트로피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복잡계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또한 알고리즘이 편향적인 인간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인간의 뇌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질서가 요구되고 있다. 복잡계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규모를 갖출 때 새로운 규정과 질서를 만들어낸다. 카오스가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복잡계는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수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추론을 통해 진실에 다가서려는 저자의 의도는 과학이 세상에 주는 건강한 메시지일 수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간 개개인의 특성을 수학적 모델로 인지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통계나 상호존중 카오스도 이해하기 어려운 자연의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저자는 이해대한 철학적 질문을 꺼낸다. ‘나는 누구인가?’ 1000억개 뉴런의 전기신호인가? 기억과 경험의 존재인가? 수학으로 세상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저자의 논증보다 훨씬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네 가지 수학적 사고법을 통해 그 진실을 만나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