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로부터 두 달이 지나갔다. 윤성희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2021) 수록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2018)으로부터 옮긴다.

The Fisherman and His Wife By Anna Pasternak (אנה (חנה) פסטרנק), CC BY-SA 4.0
윤성희 작가의 '느리게 가는 마음'은 올해 2월의 새로운 소설집이다.
내가 여덟 살 때 아빠는 어부가 되겠다는 쪽지를 써놓고 집을 나간 적이 있었다. 엄마는 나를 옆집에 맡기고 아빠를 찾으러 동해의 바닷가 마을을 돌아다녔다. 옆집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위아래가 세트로 된 파자마를 처음으로 입어보았다. 옆집 형이 여덟 살 때 입었던 옷이라고 했다. 체크무늬 잠옷을 입으니 내가 소중한 아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잠도 더 잘 오는 것 같았다. 동네에는 아빠가 여자와 눈이 맞아 도망간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지만 엄마는 소문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 결혼생활이 지겨워서, 자식을 부양하는 게 버거워서, 그래서 아빠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이 엄마에게는 더 치욕적이었다.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