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함께 여러 가지 책을 읽도록 해요……. 그럴 거죠? (어머니의 손에 입맞춘다.) 가을 밤이면 우리 책을 읽어요. 그렇게 많은 책을 읽고 나면 새롭고 경이로운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질 거예요……. (꿈꾸듯) 엄마, 빨리 돌아오세요…….
작년 이맘때엔 눈이 왔었지요, 기억하십니까? 그런데 금년은 조용하고 해가 나는군요. 아직 쌀쌀하긴 합니다만……. 영하 3도쯤 될까?
벽이며 창문이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겠어……. 돌아가신 어머니는 이 방에서 거니는 걸 좋아하셨지…….
살긴 살았지만, 도무지 산 것 같지 않아……. (눕는다.) 좀 누워 있을까……? 기운이 하나도 없군. 아무 것도 남은 게 없어. 아무 것도……. 에이, 바보같으니……! (미동도 없이 누워 있다.)
마치 하늘에서 울리듯 멀리서부터 줄 끊어지는 소리가 구슬피 울리고 나서 잦아든다. 정적. 동산 멀리서 나무에 도끼질하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 4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