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능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나는 기존 지능이론 가운데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을 중시한다.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을 비교할 때도 다중지능 이론을 축으로 삼는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다중지능은 대체로 여덟 가지 유형이 있다. 언어 지능, 논리 수학 지능, 공간 지능, 신체 운동 지능, 음악 지능, 대인관계 지능, 자기성찰 지능, 자연탐구 지능이 그러하다. 지식이나 정보처럼 지적인 것을 논할 때 기존의 학문체계에 따른 내용보다는 인간의 다중지능 유형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더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철학자 조니 톰슨이 '지식백과류' 책 『인텔리전스 랩』(윌북, 2025)을 펴냈는데 아쉽게도 '생물학, 화학, 물리학, 의학, 사회, 정치, 기술, 문화, 종교와 신앙' 같은 학과 범주에 따라 구분했다. 이를 다시금 다중지능이론의 유형에 따라 추려보는 것도 지적인 유희일 것이다. 다음처럼 언어, 논리 수학, 공간 세 가지 지능 유형에 따라 흥미로운 개념 몇 가지를 추려보았다.
언어 지능은 말과 글을 사용하는 능력이다. 저자는 '부모어'를 언급하는데, 부모어란 "어린아이에게 말할 때 쓰는, 모음을 강조하는 느리고 과장된 말하기"이며, 단순한 운율의 박자와 패턴을 활용하기에 노래나 시 같은 운문의 기반이 된다. 글자는 기록 문화의 뿌리이자 지식 축적의 원동력인데, 한자 같은 상형문자는 개념과 소리 양쪽으로 활용하는 '레부스 원칙'을 만들어 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 혁명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리 수학 지능은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숫자를 다루는 능력이다. 수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생물학은 화학이고, 화학은 물리학이고, 물리학은 수학"이다. "여러 면에서 수학은 허구적인 언어이지만, 그 자체로 숫자와 공리로 이루어진 형이상학적 우주이기도" 하다. 범주화의 귀재는 논리 수학 지능이 뛰어나다. 내 머리에 두 사람이 떠오른다. 하나는 스웨덴 학자 칼 폰 린네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다. 린네는 '속'과 '종'으로 생물의 이름을 짓는 생물 분류법을 고안했고, 멘델레예프는 화학 원소를 일곱 줄의 표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주기율표를 고안했다. 1번에서 92번까지는 지구상에 자연 발생한 원소이고, 93번 이후의 원소는 모두 인공적으로, 즉 핵반응이나 입자가속기 등을 거쳐 만들어진 것들이다.
공간 지능은 시각적으로 사고하고 공간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공간 지능의 달인으로 지도 제작자를 꼽을 수 있다. 지도는 세상을 객관적이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현실의 축소판이 아니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나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를 떠올려보라. 오히려 지도는 특정 문화의 역사와 제작자의 의도가 담긴 작품에 가깝다. 좋은 지도는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첫째, 실제 세상과의 상관관계를 제공해야 하고, 둘째, 우리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끔 도움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