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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xia님의 서재
  • 진짜 나를 찾아라 (양장)
  • 법정
  • 18,000원 (10%1,000)
  • 2025-02-25
  • : 1,695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동양 사상에서 강조하는 자아완성의 이념형이 있다. 가령 유가의 군자, 도가의 진인, 불가의 보살이 그러하다. 그런데 말도 어렵고 실천은 엄두도 안 난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오는 외계인처럼 보인다. 실제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동양 사상에서 강조하는 전인적인 인간은 나 같은 대중에겐 너무 요원하신 '님'이다. 실생활의 롤 모델로 삼기엔 겁나게 벅찬 대상이다.

그런데 한국의 선지식 법정 스님(1932∼2010)은 가장 사람다운 삶의 경지를 '맑고 향기롭게'라는 아름다운 우리말 여섯 자에 담았다. 1994년에 설파하신 '마음을, 세상을,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라는 실천덕목은 양식 있는 민주시민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깊이 새길 만한 인생 모토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정치적 분쟁과 빈부격차, 기후 재앙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요즘, 세계인 모두가 진심으로 따라야 할 모토가 아닐 수 없다. 추구하는 바는 군자도 보살도 진인도 아니요, 대동세계도 천국도 극락도 아니다. 다만 어제보다 맑고 향기로운 삶, 지금보다 맑고 향기로운 세상이 법정 스님이 평생 염원하신 바다.

법정 스님은 우리 각자가 자기 삶을 값비싼 상품이 아니라 아름다운 예술작품처럼 가꾸어 나가기를 진실로 염원하셨다. 그럼, 맑고 향기로운 삶으로 건너가는 든든한 징검다리는 무엇일까. 법정 스님은 개인적 차원에선 늘 절제와 친절을 강조하셨고, 사회적 차원에서 공존과 공생의 태도를 강조하셨다. 불교의 정수가 자비와 지혜라면, 법정 스님에겐 무소유와 청빈이 곧 지혜이고, 공존과 공생이 곧 사랑이다.

이 책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 2025)는 법정 스님이 1994년 만든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나온 강연집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출간 강연 내용들 가운데 맑고 향기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수행 덕목과 일상 습관을 강조한 가르침을 수록했다. 가령 무소유, 청빈, 친절, 계율, 나눔과 생명의 의미 등이 그러하다.

​맑으려면 우선 빼야 하고 향기로우려면 일단 버려야 한다. 그게 바로 무소유의 자세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필요와 유는 '소유하지 말자'는 소극적인 생활태도가 아니라 나다운 삶의 진짜 주인공이 되려는 매우 실천적인 자세다.

무소유는 '지금 여기의 나'에 집중하는 삶의 양식이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오로지 현재,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몰입하는 태도가 무소유의 태도다. 나눔을 부지런히 실천해야 마음이 맑아지고 마음이 맑아야 무소유가 가능하다. 맑은 세상은 무소유에 기댄 나눔의 세상, 나눔과 봉사에 기댄 자비와 사랑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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