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를 거쳐 불확실성이 대두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여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가 계속 발생하여 평안하게 사는 일이 쉽지 않다. 안정된 규범으로 움직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동적인 상태에 있다는 사회학적 개념인 액체 사회는 고정된 구조의 지배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물신 풍조 팽배와 공동체 기반의 안전망 약화로 파생되는 문제 사회는 여러 위험 요소를 낳고 사람들은 불안감을 안는다. 예측할 수 있고 계산이 가능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실천하며 살지만,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시스템의 결함과 사회적 무관심이 빚은 인재(人災)에 해당하는 대형 참사에 해당하는 세월호 침몰과 이태원 사건 등이 그 예이다.
국가는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하여 존재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흔한 현실이다. 소리가 없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진행되는 ‘조용한 입막음’은 사회를 점점 두렵게 에워싼다. 삶의 어디에서든 죽음의 존재를 마주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강화된다.
‘모든 죽음은 저마다 한 세계의 종말이며 고유한 그 세계가 끝나면 같은 세계가 다시 나타나거나 부활할 수 없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말처럼 죽음은 영원한 상실이자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이다.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고통 없이 살다 집에서 생을 마감하는 죽음을 떠올리지만 죽음의 양상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나타난다. 가지 않은 길을 걷는 것처럼 죽으로 향하는 길은 느닷없이 내게로 오기에 현재적 삶에서 생명의 유한함을 인식하고 살아갈 뿐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폭행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악의 축이 늘고 있어 지하철을 기다리다가도 누가 나를 위해하는 것은 아닐지 불안감이 들 때가 있다. 세상을 살 만하다는 인식을 뒤엎는 악을 자행하는 범죄자들이 늘고 있다. 도처에 매복되어 있는 악은 유동적인 현대 사회에서 돈독한 관계 유지는 드물고,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악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반사회적 행동으로 보통의 하루를 위협하는 악인이 있다.
허리케인, 지진, 홍수 등의 자연재해처럼 통제 불가능한 것을 통제하려는 이들에 의해 자연재해의 차별은 자행된다. 태국 정부가 지진과 쓰나미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관광 산업 피해를 우려해 경보를 발령하지 않기로 한 사례를 보고 도덕적 책임을 따지고 싶었다. 두려움에서 벗어날 기회를 빨리 얻지 못하여 횡액을 맞는 것처럼 두려움에 빠지는 상황을 피하거나 이를 벗어날 수 없다는 두려움은 커진다.
무모하게 자행되는 테러 위협은 더 많은 테러에 영감을 주고, 그 과정에서 테러가 더 많이 발생해 테러 때문에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안전에 대한 욕구를 악용하여 발생하는 테러 행위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려는 공동체의식이 함양될 때 통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정적으로 세계화된 유동적 현대 사회에서 예측 불가능한 일은 증가한다. 안전한 생활을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호신용 물건을 구비하여 소지하는 이들이 늘어날 정도로 안전을 위해하는 일들이 곳곳에 벌어지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거두고 자신이 꿈꾸는 세계로 나아가기 위하여 희망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공동체 의식 함양을 토대로 한 세계 시민으로서의 연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