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우리 ‘양들‘은 갑자기 벙어리가 되어 버린 거다. 그러나 우리 중 누구 하나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내 목은 오랫동안 노래를 부른 듯이 말라서 목소리가 나오기 전에 녹아 없어질 것 같았다. 나는 몸속 깊은 곳에 무겁게 자리 잡은 굴욕감에 눌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인간양)- P161
"이봐, 학생." 선생은 간절한 소리로 말했다. "누구 한 사람은 이 사건을 위해서 희생자가 되어야만 해, 자네로서는 그냥 입 다물고 잊어버 리고 싶겠지만 눈 딱 감고 희생자 역할을 맡아 줘. 희생양이 되어 달라고."
(인간양)- P169
"나는 기어코 네 이름을 밝혀내고 말겠어." 선생의 목소리는 격한 감정으로 떨려 나왔다. 갑자기 선생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네 이름과 네가 당한 굴욕을 모두 밝혀내고 말 거야. 그리고 외국 군인들은 물론 너한테도 죽고 싶을 만큼의 수치를 안겨 주겠어. 네 이름을 알 아낼 때까지 나는 결코 너를 놓아주지 않겠어."
(인간 양)- P173
"협조를 좀 하란 말이다." 그는 거의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한테 협조하는 건 진주군에게 협조하는게 되는 거야, 일본인은 앞으 로 진주군에게 협조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어, 너희는 패전 국가의 인간 아닌가, 승전국 인간들에게 학살을 당해도 불평할 수 없는 입장이야. 협조하지 않는다는 건 미친 것이지."
(돌연한 벙어리)-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