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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서재
어렵지만 대단한 작품이란걸 그냥 느낄 수 있었다.

일이 꼬이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다. 서씨는 사실 그 시점에서 모든 것을 털어놓은 셈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 사실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홀리듯이 서씨의 말 속으로 빠져들었다. 내가 마음의 끈을 놓치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들어가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다른 방향으로 들어갔으나 결국에는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그런 길이었다.- P61
하지만 여기에서 모순점이 나온다. 과연 서혁민이 칠십 평생 동안 완벽하게 이상의 삶을 흉내내 자신의 삶을 창작해내고 그를 이상을 찾아서라는 수기로 남겼다면, 이 수기를 일러 과연 완벽한 창작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자, 여기에 이 사건의 본질이 숨겨져 있다. 먼저 창작된 삶이 존재하고 그를 반영한 이상을 찾아서가 있다. 그 창작된 삶은 이상을 찾아서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때 이상을 찾아서는 완벽한 창작인가, 진실을 담은 회고록인가? 창작이라면 이 수기가 보증하는 그 데드마스크는 가짜이고 회고록이라면 그 데드마스크는 진짜다.- P88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P140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난 사람은 끝끝내 불행한 운명 가운데서 울어야만 한다. 그 가운데에 약간의 변화쯤 있다 하더라도 속지 말라. 그것은 다만 그 ‘불행한 운명‘의 굴곡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P149
내 왼쪽이 입양기록중이 있었다면, 오른쪽에는 이상 전집이 있었다. 니는그 둘중 어느 쪽이 과연 진짜 나의 아이텐티티를 증명해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내게 이상 문학의 세계란 바로 그랬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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