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반에 야구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역시 나 같은 야구 문외한이 읽기에는 무리인가 싶었는데 오래지 않아 야구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나와서 안도했다(그래도 역시 야구에 대해 잘 알면 만화의 내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렇다고 안 보던 야구를 볼 수도 없고...). 4권에서는 U12 세계 대회 종료 후 아야세가와의 진로를 두고 아야세가와 본인과 주변 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드러난다.
U12 세계 대회에서 괴물 같은 실력을 선보인 아야세가와는 일본 야구계의 신성이자 희망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동세대 선수들과 감독, 코치진에게는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른다. 특히 아야세가와와 같은 포지션인 선수들이나 그들을 서포트하는 어른들에게는 아야세가와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야구 이전에 다른 운동을 할 때에도 (잘해도 너무 잘하는) 자신 때문에 친구들이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했던 아야세가와에게는 지금 같은 상황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사람들은 그저 즐겁게 야구를 하고 싶다는 아야세가와를 이해 못하지만, 아야세가와로서는 즐겁기 위해 하는 야구 때문에 괴로워질 미래가 두렵다.
아야세가와를 보니 문득 한국의 아이돌 연습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돌 연습생 대부분은 아마도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좋아서 연습생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습생이 되면 어릴 때부터 힘든 훈련과 강도 높은 연습을 받느라 학교 수업도 제대로 못 받고, 같은 처지의 연습생들과 매번 경쟁하고 비교 당하며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다. 그렇다고 남다른 재능을 가진 이들이 남들과 똑같이 학교에 다니고 평범한 삶을 사는 게 더 나은 걸까. 아이돌을 꿈꿨지만 연습생조차 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연습생들의 고민까지도 부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아야세가와와 동년배인 선수들에게는 아야세가와의 고민조차 부러운데, 아야세가와 본인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신의 재능이 짐스럽기만 하다는 게 참 얄궂고 안타깝다. 나로서는 아야세가와가 남들이 뭐라고 하든 하나도 신경 안 쓰는 강철 멘탈의 소유자가 되어서 오타니 쇼헤이같은 대형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과연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