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저자는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수상, 2018년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장편소설 "더블",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유괴의 날", "구원의 날", "내가 죽였다", "홍학의 자리" 등을 출간했고, "더블",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은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더블", "선택의 날", "홍학의 자리"는 드라마로, "구원의 날"은 영화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2023년 "유괴의 날"이 ENA에서 드라마로 방영됐습니다. 그럼, 저자의 신작 <드라이브>를 보겠습니다.

동사무소에서 민원인을 상대하는 김혜정은 남편의 전화를 받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던 딸 민연희에게 승용차가 덮쳤고, 병원에 왔을 때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답니다. 시신 확인을 했지만 혜정은 믿을 수 없는 일이었고 결국 실신합니다. 의식을 찾은 혜정을 찾아온 형사에게 가해자에 대해 물었고, 조사 중이란 말을 듣고 바로 경찰서로 갑니다. 그곳에서 가해자 70대 노인의 멱살을 붙잡고 악다구니를 씁니다. 장례식 중에 가해자가 왔지만 혜정은 얼굴을 보자마자 분함에 몸을 가누지 못합니다. 연희 살려내라고 악을 썼고, 가해자의 딸이 아버지가 실수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혜정은 누굴 죽이는 게 실수가 아니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억울함이 풀리지 않아 아들 연우와 남편에게 화풀이를 합니다.
노균탁은 3년 전 아내가 죽은 다음부터 딸 가족과 같이 삽니다. 아내는 유방암으로 5년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혼자된 균탁에게 딸 지영이 같이 살자고 했고, 지영의 아들 다솔을 맡깁니다. 딸 부부는 열심히 돈을 모아 단독주택을 샀습니다. 이 집으로 이사한 후 다솔의 학교와 멀어졌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지만 난폭한 버스기사의 운전과, 노인이 타는 걸 보고 눈을 찌푸린 승객들 때문에 결국 놓은 운전대를 다시 잡았습니다. 그렇게 다솔을 차로 데려준 3일째 날, 왼쪽에 뭔가가 눈앞으로 확 끼어들어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인도의 연석을 넘어 위로 튀어 올랐고, 뭔가에 부딪쳤습니다. 멍한 정신으로 운전석을 열고, 차 앞쪽으로 가니 차와 버스정류장 부스 사이에 한 여학생이 끼어 있었습니다. 그냥 봐도 처참한 상태였습니다.
여느 날과 똑같은 평일 아침, 버스를 기다리는 10대 여학생을 70대 노인이 모는 승용차가 덮쳤습니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교통사고, <드라이브>의 소재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교통사고에 대한 기사에서 기자들은 나이를 꼭 짚었고, 대중들은 씹어대기 좋은 일이 됩니다. 소재는 아주 평범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드라이브>를 읽을수록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형사 혹은 사건을 조사하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보통의 장르 소설과 달리 이 책은 피해자 엄마의 시점과 가해자의 시점을 각각 보여줍니다. 하루아침에 사고로 죽은 피해자로 인해 피해자의 엄마의 절망과 억울함이 너무나 이해됩니다. 그 마음은 부모라면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딸을 죽인 가해자에 대한 분함과 잠을 잘 수도, 무엇을 먹을 수도 없는 마음을 작가는 너무나 실감 나게 묘사해 읽는 내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이번엔 책을 뒤집어 가해자 시점에서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습니다. 가해자도 딸 가족과 함께 사는 평범한 할아버지입니다. 교통사고 이후로 자신 때문에 죽은 여학생의 모습과 자신에게 악다구니를 쓰는 여학생 엄마의 모습이 꿈에 계속 나타납니다. 또한 자신 때문에 딸 부부도 싸우고, 딸 부부가 어렵게 마련한 집도 팝니다. 죄인이 된 가해자는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먹지도 자지도 못한 가해자와 피해자 엄마의 모습이 다른 듯 닮아 있습니다. 사고란 것이 말 그대로 일어난 일이지만, 그 사고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너무나 힘들고 안타깝습니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노인들도 예전보다 경제활동도 많이 하고 그래서 운전하는 모습도 종종 봅니다. 노인 운전은 위험하지만, 어제도 그제도 별일 없이 운전했기에 오늘도 운전대를 잡습니다. 하지만 찰나 같은 순간에 사고는 일어납니다. 그렇기에 노인 운전은 본인에게 맡기기보다 사회적으로 방안을 강구해서 편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균탁의 세상이 뒤집혔다.
노균탁 p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