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저자는 1993년에 태어나 2019년 "교수상회의 후계인"으로 제60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교수상회"로 데뷔했습니다. "방주"로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MRC대상 2022' 1위 동시 수상, '2023년 본격미스터리 10'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4위,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6위를 기록하며 극찬을 받았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방주", "십계" ,"교수상회", "살로메의 단두대"가 있습니다. 그럼, "교수상회"를 잇는 다이쇼 미스터리 2탄인 <시계 도둑과 악인들>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가에몬 씨의 미술관'은 화가 이구치의 부탁으로 새로 개설될 미술관에서 모조품 시계를 진짜와 바꿔치기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하스노는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했는데 은행 근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도둑으로 직업을 바꿨는데, 부잣집을 대상으로 수십 번 훔치다가 예상치 못하게 귀가한 무역상 저택의 장남에 의해 신고당해 체포됐고 출옥했습니다. 이구치의 아버지가 7년 전 사업가 가에몬에게 네덜란드 왕족과 인연이 있는 괘종시계를 팔았습니다. 얼마 전 그의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가에몬 씨에게 넘겨준 게 모조품이라며, 그가 미술관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진품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답니다. 그런데 가에몬 씨도 몸이 좋지 않게 되면서 인간 불신에 빠져 사과를 하고 진품을 돌려주는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구치는 하스노에게 가짜를 훔치고 진짜를 갖다 놓자고 제안합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 '보석 도둑과 괘종시계'는 괘종시계를 가에몬 씨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이구치 집에 있는 와중에 도둑맞았는데 맨 처음 이 시계를 팔았던 인물의 아들이 시계를 다시 찾기를 원해 일본에 방문하는 이야기입니다. 시계를 도둑맞기 전후에 보석이 달린 귀중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세 건이나 발생했는데, 아무래도 보석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구치는 도난 사건을 하스노에게 말했고, 하스노는 배우 미쓰에씨의 루비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다이쇼 시대란 다이쇼 천황의 통치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1912년 7월 30일부터 1926년 12월 25일까지이며 약 15년간을 일컫습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일본은 근대국가, 근대사회로서의 체제를 갖추게 됩니다. 1914년 7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일본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합니다. 영미를 아군으로 하여 일본은 경제와 산업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면서 자유주의 기운이 넘쳐흐르고 활력이 넘치게 됩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급격히 불경기로 빠져들면서 대공황을 초래해 실업자도 증가하고 사회불안과 계급투쟁이 나타납니다. 또한 1923년 관동대지진은 수도 됴코의 1/3을 잿더미로 바꿔버렸고, 러시아 혁명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사상이 활기를 띠면서 일본 문학에도 반영이 됩니다. 중일전쟁, 태평양 전쟁으로 살기가 팍팍했던 쇼와 시대 초기의 1930년~1940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는 살기 좋은 시대였기에, 일본인들은 다이쇼 시대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었습니다. 유럽의 벨 에포크, 빅토리아 시대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이쇼 시대의 분위기를 살린 창작물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시계 도둑과 악인들> 역시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입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교수 상회"의 주인공 도둑 하스노와 화가 이구치인데, 저자의 데뷔작을 읽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탐정이 활약한 동기'가 저자가 중점을 두는 요소입니다. 절도, 밀실, 유괴, 편지를 통해 하스노와 이구치가 등장하는 이유와 어떻게 이 수수께끼를 푸는지를 어둡지 않게 그리고 있습니다. 도둑과 화가 콤비가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술술 읽히며, 가벼운 반전부터 충격적인 반전까지 골고루 마련해놓아, 6편의 이야기가 전부 매력 있습니다. 매력적인 두 콤비가 등장하는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교수 상회"를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