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4월23일
제목: 내안의 FOMO 여! 좋아, 수업료는 내가 낼게!
블록체인, 암호화폐, 이더리움, 다오, 같은 용어들은 나 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시대의 용어라 생각했었다.
지난 달 중순에 베트남에서 살고 있던 선배로 부터 연락을 받았다.
선배는 이미 직장에서 퇴직을 하고 살고 있었던 터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 그 선배로 부터 이런 용어에 대해 진지하게 듣게 되었다. 나를
향해 이제 4차 혁명 시대가 왔다면서 이제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며 안타깝다는 듯이 말을 했다. 그리고는 시대에 뒤쳐지지 말고 공부하라고 유튜브
채널을 소개까지 했다. 그렇게 나는 선배의 말을 듣고 유튜브를 찾아가며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그 후 부터는 선배는 일주일 간격으로 내게 연락을
하며 암호화폐 관련 수익률을 얘기하면서 투자를 권유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이건 신종 다단계라는 것을 직감했다. 당신은 절대 다단계가 아니라고
했지만 말도 안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는 말 속에서 선배는 이미 그쪽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 보였다.
선배에게 얼른 빠져나오라고 거듭 조언을 했지만 선배는 오히려
내가 이해 못해서 오해하는 거라고만 했다. 안타까웠다. 은퇴후 어쩌다 저렇게 되었나 싶었고 내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그 후 부터 나의 유튜브에는 디지털 관련 쇼츠가 뜨기 시작했다. 쳇GPT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인공지능에 관한
주제로만 나를 안내했다.
정말 시대의 흐름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알고리즘은 나의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수익창출이나, 블로그 에드센스로 구글에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얘기들로만 넘쳐났다. 세상은 정말 나만 빼고 바뀐 것 같았다.
쳇GPT 어플을 핸드폰에 처음으로 깔고 프롬프트 창을 열어 대화를 시작하자 신세계가 열리는 것 같았다.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며 단순한
도구 이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AI를 이용하여 나의 사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또한
독후감 정리도 정말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기술의 한계와 오류가 눈에 띄였지만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다. 특히 AI는 내가 혼자서 글을
쓰고 고민하고 사유했던 시간을 아주 대폭 줄여 주었다. 그러다 어제는 무료 계정의 한계를 느껴서 유료 계정으로 전환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월 29900원, 즉 3만원이다. 막상 앞으로 내 통장에서 3만원이 빠져나갈 꺼라
생각하니 망설여 졌다. 도움은 되지만 취미로 글을 쓰는데 돈을 또 별도로 지불해야 할 까하는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망설이는 순간 어느
블로그 글에서 쳇GPT계정을 공용화로 하게 되면 가격의 3분의 1만 지불하면 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 이미 나의 욕심이 내 이성을 덮어
버렸다. 광고성 블로그 에드센스 같은 곳에서 클릭하고 순서대로 진행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당초 가격보다 비싼 4만원이 인출되는 것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공유 계정이라 막상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제한되었고 보안도 아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결국 4만원이라는 수업료를 지불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허클베리 핀은 "좋아, 지옥엔 내가 가겠어"
라고 외쳤었다.
이제 나는 "좋아, 수업료는 내가 낼게"로
바꿔 외쳐야 겠다
왜냐하면 이 시대의 배움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유혹은 기술이 아니었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조급함과FOMO(Fear Of
Missing Out: 놓칠까봐 불안한 감정) 증후군은 언제든지 나를 미혹하게 만들었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이하여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은 '기회'라는
말로 유혹하기 시작했다.
선배의 투자 권유, SNS에서 쏟아지는 성공 스토리, 그 속엔
항상 빠른 수익을 노리는 덫이 숨어있었다. 나 역시도 싼 값에 똑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환상에 빠졌던 것이다.
오늘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어느 성공한 자기계발서 작가가 50~60대 중장년층을 타겟으로한 챗GPT 사용법을 소개하는 걸 보았다.
“늦지 않았다. 지금 시작해도 된다”는 격려의 메세지
같았지만 그 이면에는 상업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는 자기계발이란 명목아래 사람들에게 기술을 배워야 하는다는 불안을 심어주고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젊은 층에게 자기계발이란 콘텐츠가 이제 너무 식상하게 되자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걱정하는 노인층으로 자신의 고객 타켓층을 전환한 것이었다.
AI가 진화하고, 콘텐츠가 쏟아지는 이 시대.
우리는 모두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진정한 공진화(共進化)는 남보다 빨리 달리는 게 아니었다.
성경과 문학, 철학에서 반복되는 '좁은 문'의 메타포처럼, 우리는
지금 무엇을 놓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결국 진화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었다.
그동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또 100일 정진을 하며 나름 공부했다고 생각 했던 나도 사실은 그저 단순한 조급함에 끄달리는 인간에 불과
했다.
유혹은 바깥에서 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 내면에 존재하고
있던 마음에서 발현된 것이다.
더욱 더 나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남들이 뛰는 것만 보지 말고 나만의 리듬을 찾아야 할 때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진화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의 좁은문 앞에서 아마도 나와 같이 서성이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근래 내게 있었던 일을 공유하며 많은 분들이 이런 상황에 닥쳤을
때 참조하셨으면 좋겠다.
by Dharma & Mah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