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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어느 쓸쓸한 그림 이야기
  • 안민영
  • 15,300원 (10%850)
  • 2023-07-21
  • : 599

책을 읽을 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또는 모르던 사람을 알게 되면 기쁘다. 자신이 모르던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간다는 기쁨, 내 빈자리를 무언가로 채워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이번 책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관련이 있는 화가들에 대한 내용이다. 이쾌대는 들어봤고, 그의 자화상을 통해서 자신만만하던 이쾌대의 젊은 시절을 보기도 했었고, 이응노 역시 군상이라는 작품으로 이미 알고 있던 화가였지만 이들의 고뇌, 이들의 삶이 경계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 책이다.


근원 김용준은 화가로서보다는 수필가로서 알고 있던 사람이고, 물론 그가 화가이자 미술사학자였다는 지식만 알고 있었는데, 이쾌대나 이응노와 마찬가지로 다른 각도에서 그를 만나볼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하고.


변월룡, 박경란, 신순남, 전화황,은 처음 들어보는 화가다. 이들의 삶이 한반도에 머물지 않고 외국에까지 뻗어있다는 점, 그럼에도 그들은 우리 민족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신순남에 대한 '죽음의 이주 열차'라는 글에서 만난 우리 민족의 슬픈 이주의 역사를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으니, 변월룡의 그림에서 전쟁 직후 포로 교환이 이루어지는 때를 보여주는 그림을 만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림을 통해 역사를 더욱 생생하게 만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한데...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서 만난 작가, 도미야마 다에코를 알게 되어서 좋다.


처음 들어본 인물, 일본인임에도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가 겪었던 일들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세계에 알린 사람.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국내의 작가들이 표현할 수 없었을 때 일본에서 도미야마 다에코는 그림으로 그려 그 진실을 알리려 노력했다는 사실.


나에겐 이 그림 하나로 이 작가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광주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사람.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기억하게 한 사람. (우리나라 양심수 문제, 일본군 성노예 문제 등등) 마치 케테 콜비츠나 오윤의 판화 그림을 연상시키듯이 예술이 결코 세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려주는 그림.



이런 작가는 자신의 세계에 갇히지 않는다. 당연히 경계에 서 있다. 경계에 있다는 말을,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해 있지 못하고 헤매는 존재라는 말이 아니고 양쪽을 다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예술가는 경계에 있어야 한다. 경계에 있다는 말은 자신의 세계를 틀지우지 않는다는 말. 즉 경계는 이쪽과 저쪽을 다 볼 수 있는 곳, 이쪽 저쪽을 다 살펴야 하는 곳이 바로 경계다. 그리고 나아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찾을 수 있는 곳.


예술가들은 경계에 있어야 한다. 도미야마 다에코가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일본인으로 태어났다. 그가 일본인이라는 틀에 갇혀 있었다면 이런 활동을 할 수 없었으리라. 


경계에 있어서 일본과 일본이 점령한 식민지, 일본인들과 식민지 사람들의 삶을 살필 수 있었기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리라. 이렇게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그림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일본군 성노예를 문제 삼기 전에 이미 도미야마 다에코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그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고 하니.


이런 작가를 만나게 해준 저자가 고마울 따름이다. 하여 이 책에는 이렇게 경계에 서서 이쪽 저쪽을 다 보고, 우리가 보지 않으려 한 또는 보지 못하는 쪽을 보여주는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의 그림과 함께. 


'어느 쓸쓸한 그림 이야기'라고 했지만 이 책은 그러한 쓸쓸함을 넘어 우리에게 따스함을, 함께함을 전해주고 있다. 왜냐하면 저자의 노력으로 이제 그들은 우리에게 다가왔으므로. 우리가 외면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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