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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새파란 돌봄
  • 조기현
  • 12,600원 (10%700)
  • 2022-02-18
  • : 1,381

가족 중 한 명이 쓰러진다. 그것도 생계를 담당하던 사람이. 그러면 그 가족의 생활은 붕괴된다. 생계를 담당하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족 중 누군가가 쓰러지면 또한 가족의 생활은 붕괴된다. 다는 아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은 그래도 유지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가정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그만큼 돌봄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시간? 가정 붕괴에 웬 시간?


당연한 일이다. 돈으로 돌볼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가족 중 누군가가 돌봄에 전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전적으로? 이것은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돌봄에 할애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생활을 할 시간이 없다는 것.


그러니 돈과 시간은 돌봄이 잘 이루어지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그것이 바람직한가? 이것은 돌봄을 사회가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맡기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돌봄은 가족이 해야할 일이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가족 중 누군가 쓰러지면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돌봄에 나서야 한다. 대부분은 여성들이 돌봄에 나서곤 했다. 자신의 시간을 희생해서라도. 자발적인 경우도 있지만 분위기로 압박을 받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돌봄이 과연 돌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러한 돌봄을 한 사람은 돌봄의 어려움을 경험했기에 자신은 가족의 돌봄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돌봄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희생해야 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 중에 젊은 사람이 돌봄에 전념해야 할 경우는 어떨까? 자발적인 경우도 힘든데 (이 책에 나온 경훈의 경우는 자발적이다), 어쩔 수 없이 가족이라는 관계 때문에 해야 하는 경우(이 책에서는 성희의 경우)라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여기에 치료를 필요로 하는 돌봄(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돌보는 푸른, 엄마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아름, 동생이 알콜 중독에 빠져 있는 형수, 엄마가 암에 걸린 희준)을 하는 젊은이들은 더욱 힘든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한 문제들, 그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를 이 책의 저자는 면담을 통해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물론 이 책의 저자 또한 자신의 아버지를 돌보는 젊은이였다. 자신의 경험이 있었기에 다른 젊은이들이 돌봄을 하면서 얼마나 힘든지를 이해하고, 그런 힘듦을 이겨내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나 제도가 필요할까를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려 노력했을 것이다.


돌봄이 전적으로 개인에게만 맡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 돌봄을 공적 노동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돌봄을 공적 노동으로 인정해주면 돈과 시간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돌봄에 관해 통합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 등등을 이 책의 말미에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한 방법들, 요즘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요양원, 요양병원, 데이케어센터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이들이 돌봄을 어느 정도는 책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가정에서 책임지고 있는 경우도 많으니...


돌봄은 결코 사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것, 공적인 제도로 돌봄을 뒷받침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게 된다.


나이듦. 남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늙어간다. 그리고 돌봄을 필요로 하게 된다. 돌봄을 주듯이 돌봄을 받는 것도 당연한 것이 되는 사회, 그것이 누군가에게 부담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함께 겪는 일이 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바라는 사회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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