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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나쁜 동물의 탄생
  • 베서니 브룩셔
  • 21,600원 (10%1,200)
  • 2025-02-15
  • : 5,280

퀴즈로 시작하자. 이 중에서 유해동물이라고 낙인 찍히지 않은 동물은?

(쥐, 뱀, 생쥐, 비둘기, 코끼리, 고양이, 코요테, 참새, 사슴, 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쥐와 뱀은 망설이지 않고 유해동물로 꼽을 것이다. 그런데 사슴은? 우리나라에서 가끔 고라니가 출몰해서 밭작물을 먹어치우는 일들이 있으니, 고라니와 비슷한 사슴도 유해동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도시에서 엄청난 배설물을 낙하시키는 비둘기도? 생쥐는 쥐와 구분하지 않을 테니, 유해동물이고...참새? 예전에 곡물을 먹어치운다고 박멸해야 할 새로 규정한 적도 있으니 당연히 유해동물? 고양이? 길고양이, 들고양이를 유해동물로 볼 수 있나? 누구는 유해동물로 보고, 누구는 먹이를 주어야 하는 귀여운 동물로 보고 있으니,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고... 코끼리는?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다. 유해동물에 대한 기준이 뭐지? 하는 질문도 있을 수 있고.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동물을 유해동물로 본다면, 이 정의에서 벗어나는 동물이 있을까?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는 말에는 시간과 장소가 개입한다.


즉 인간이 살고 있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는 동물들은 절대로 유해동물이 될 수 없다. 그냥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인간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러한 동물들 역시 지구 생태계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다고 여긴다. 단, 시간과 거리가 떨어져 있을 때.


이러한 동물들이 인간이 살고 있는 곳으로 오면 그때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어떤 동물은 유해동물이 된다. 아니, 대부분의 동물이 유해동물이 된다. 인간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여겨지는 끼어듦이 아니라 인간을 불편하게 만드는 끼어듦. 


이러한 불편한 끼어듦을 느끼게 하는 동물은 유해동물이 된다. 지리산 자락에서 사는 반달곰은 절대로 유해동물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캠핑장에 들어와 인간을 위협하는 곰은 유해동물이 될 수도 있다.


산에서 사는 고라니는 우리에게 자연을 즐기게 해준다. 하지만 밭작물을 해치는 고라니는 유해동물이 된다. 어떤 사람은 뱀을 반려동물로 삼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뱀을 보기만 하면 피하거나 죽이려 들기도 한다.


결국 유해동물은 시간과 장소의 문제다. '거리'의 문제다. 이런 '거리'는 사람들끼리의 관계에도 적용이 된다. 지나치게 가까워도 우리는 피곤함을 느낀다. 피곤함이 불편함이 되면 상대에게 불만을 품고, 상대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같은 사람들끼리도 그런데 동물들이야... 앞에 언급한 열 종류의 동물은 이 책에서 유해동물로 취급받았던 적이 있었던 동물들이다. 그런 동물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피고 있는데...


인위적으로 환경을 바꾼 인간에게 책임을 묻기는 쉽지만, 진화론을 생각하면 동물들은 언제든 어떻게든 우리의 예측과는 다르게 진화할 수가 있다. 그들의 서식지도 한 군데로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고. 이런 점을 인정한다면 사람들이 해야할 일은 당연히 '공존'이다.


이 '공존'이 마냥 평화롭다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온갖 동물들이 평화롭게 함께 지내는 모습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연'이 아니다. 자연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누군가의 삶이 유지된다. 그것이 자연이다. 그러니 '공존'에서 삶과 죽음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공존'이 최소한의 피해가 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은 우리가 다른 존재들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만 하고, 지구가 오롯이 인간만의 것이 아님을 자각해야 한다. 다른 존재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인간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공존'이다.


때로 인간의 것을 그러한 '자연'에 돌려줄 줄도 알아야 하고... 인간이 아무 것도 '자연'에 돌려주지 않고 자기 것만을 지니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것은 '공존'이 아니니까.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그러한 관점을 지니게 된다. 다양한 동물들의 사례를 통해, 또 저자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함을 잘 보여주고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나 이외의 존재를 쉽게 판단하는 일을 삼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동물들에게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참고로 이 책에서는 앞에 언급한 동물들을 모두 유해동물로 여기는 지역,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공존'에는 적당한 '거리'가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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